학교 비리를 폭로하는 문자 메시지가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발송되면서 서울의 한 고등학교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런데 학교 측이 비리 확인보다는 내부 고발자를 찾는데 더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근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서울 개포동의 한 고등학교입니다.
지난해말 이 학교 학생과 교사들에게 익명의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교장과 교감이 돈을 받고 교사들을 신규 채용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군 / OO고등학교 재학생
- "전화번호 바뀐 채로 여러 통 왔었어요. 그냥 이게 뭐지 했던 것 같아요."
이 학교 재단인 한국전력공사 민원실엔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교사들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파일까지 접수됐습니다.
재단 측이 즉각 감사를 벌여 교장과 교감에 대해 '혐의 없음' 판단을 내렸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학교가 내부고발자를 찾아 처벌하겠다며 교사는 물론 학생들에게까지 서명을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 인터뷰 : OO고등학교 교사
- "명부를 나눠주고 이름을 써라. 유언비어 퍼뜨린 사람 찾아서 고발 조치할 예정이니까. 학생들도 쓰라고."
또, 녹취파일에 등장한 교사들을 징계하기 위해 인사위원회까지 소집했습니다.
교사들은 학교 측이 비리 조사보다는 내부 고발자를 찾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OO고등학교 교사
- "특정 선생님들을 몰아가면서 내부적으로 비리 문자에 대한 내용은 크게 파헤쳐지지 않는…."
하지만 학교 측은 학교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OO고등학교 관계자
- "그 내용이 외부로 유출돼서 학교 명예가 실추되고 교사로서 품위에 위반됐다고 판단한 겁니다."
학교와 교사들이 반목하는 뒤숭숭한 분위기에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근희입니다.
영상취재 : 김영호 기자·조영민 기자
영상편집 : 원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