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이 섬 염전 노예 실상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봉건 시대에나 있을 법한 노예 같은 삶이 21세기 인권을 이야기하는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염전이나 새우잡이 배 등과 관련한 이런저런 소문들은 있었지만, 직접 그 실태를 확인하게 되니 사실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섬 염전에서 일했다는 피해자들의 제보가 쏟아지면서 설마는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피해자(6일 MBN 뉴스)
- "사장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때리다시피 하고, 주먹이나 발로 차는 건 고사하고 나무 각목이나 쇠 파이프로…."
▶ 인터뷰 : H 씨(섬 노예 최초 제보자 친구. 10일 시사마이크)
- "그 친구가 한 이야기에 따르면 너무 많은 사람이 섬에 갇혀서 노예처럼 살고 있으며, 도망도 못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혹 과장된 것은 아닌지 반론 보장 차원에서 시사마이크는 한 염전 주인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그리고 물어봤습니다. 사실이냐고?
염전 주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 모씨 / 섬 염전 주인(10일 시사마이크)
- "극히 일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사실이 아닙니다. 노숙인이나 부랑자, 정신 지체 장애인이 아니고 정상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많게는 한 달에 80에서 150만 원까지 줍니다."
염전 주인인 박 씨의 말을 들어보면, 있더라도 매우 극소수일 것이고 염전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인터뷰가 나가자 자신이 실제 염전에서 일했다는 한 피해자가 보도국으로 전화했고, 직접 찾아왔습니다.
실명까지 공개해도 괜찮다는 김동주 씨의 증언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김 씨의 증언입니다.
▶ 인터뷰 : 김동주 / 과거 신안 염전 노동 피해자(12일 시사마이크)
- "사장을 만나서 방에 들어가니까 근로계약서 써온 것이 저뿐만 아니라 이것을 바닥에 깔고 잡니다. 방바닥에…. 근로 계약서 써왔습니다 주니까 이것을 집어 던져버려요. 휙 던져버려요. 말도 없이 던져버려요. 머리 맡에고 장판 밑에도 보니까, 거기 온 사람들은 다 써가지고 왔는데 그걸 볼 생각도 없고 집어 던져버려요. 보니까 다 근로계약서예요. "
▶ 인터뷰 : 김동주 / 과거 신안 염전 노동 피해자 (12일 시사마이크)
- "사람이 열명이다, 열명이 밥을 먹으면 그러면 일하러 다 나가야 해요. 아파서 누워 있다는 건 용납이 안 돼요."
▶ 인터뷰 : 김동주 / 과거 신안 염전 노동 피해자 (12일 시사마이크)
- "그 추운데 나와서, 손발을 호 불어가며, 장갑이 다 떨어져서 남들이 신던 거 주워다 신고, 장화도 다 떨어진 거 싣고 돌아다닌 것 생각하면…. 일하다 들어오면 욕만 하는 거예요. 사장이. 밥 먹는 시간도 여유를 줘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요."
▶ 인터뷰 : 김동주 / 과거 신안 염전 노동 피해자 (12일 시사마이크)
- "가재는 게 편입니다. 경찰은 염주 편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거기 두 달 있으면서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순찰을 돌아야 할 것 아닙니까?. 저녁에 딱 들어가면 암흑지대지만, 낮에 일하는 것 보면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사람들이 얼핏보기에도 50~60명이예요. 안보이는 곳까지 보면 수백명이예요. 그런 곳에 두 달 동안 경찰 순찰도는 것 한번도 못봤어요. 그래서 가재는 게편이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한 들 이 말이 먹혀들겠느냐."
비단 섬 염전에만 노예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사마이크는 꽃게잡이 배를 타고 노예처럼 살았다는 제보자를 전화로 연결해 그 비참했던 삶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지역을 담당하는 경찰과 노동부는 뭘하고 있었을까요?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경찰은 있으나마나였고, 노동부는 자기 관할이 아니라며 떠넘기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그 누구에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노예 같은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MBN 시사마이크의 집중보도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이 문제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조치를 저희 제작진은 환영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14일)
- "염전 노예 사건은 정말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입니다. 소설보다 현실이 더 기가 막힐 일들이 많다고 하더니…."
대통령의 지시 이후 경찰과 노동부가 합동 단속에 드러났고, 170명의 염전 일꾼들을 조사한 결과 무려 20명이 이처럼 노예같은 삶을 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떤 이는 지금까지 받지 못한 돈을 단순 계산하더라도 1억 원이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인터뷰(☎) : 목포경찰서 관계자
- "(돈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분들이 좀 많아요. 그래서 업주가 필요할 때 돈을 주고, 숙식제공하면서 그런(돈을 안 주는) 식으로 한 것 같아요."
염전이나 꽃게잡이뿐 아니라 아직도 우리의 감시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는 인권유린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을 겁니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우리 사회 곳곳에 잔존하는 현대판 노예 관행이 뿌리뽑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의도치 않는 폐해도 있습니다.
제작진의 의도와 다르게 섬 염전 노예 실태가 전라도 지역이나 그 지역 주민을 비하하고, 소금 불매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겁니다.
노예제가 봉건사회의 잔재이듯이, 특정 지역이나 주민들에 대한 맹목적 폄하 역시 봉건사회의 사라져야 할 유물입니다.
섬 염전 노예 실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거나 이용하는 것 자체가 사라져야 할 구태고, 구습일 겁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김희경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