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무직으로 입사한 A씨(26, 여)는 출근길이 가시밭길이다. 출근을 하기 위해 나서면 어깨가 콕콕 쑤시고 발이 따끔따끔하더니 이내 식은땀까지 흐른다. 처음엔 기분 탓이려니 했는데 출근해 자리에 앉으면 동료들이 '낯빛이 안좋다', '곧 쓰러질 것같다'며 그를 챙긴다.
A씨는 "처음엔 가벼운 신경성이려니 했는데 출근만 하면 몸이 너무 아파 최근에는 병원까지 갔다왔다"며 "건강검진 이후 정신과까지 가서야 심각한 마음의 병을 얻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1개월 휴직을 내고 치료를 받았다. 바로 상사의 '막말 스트레스' 때문이다.
◇상사의 '막말'에 이직 준비
A씨는 입사 전 실무면접에서 부장인 B씨를 처음 만났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다정다감한 말투의 B씨는 긴장된 면접장 분위기를 유연하게 풀어줬고 A씨는 입사한 뒤 B씨가 직속 상사임을 알고 기뻐했다. 하지만 A씨는 곧 매일같이 머리를 쥐어뜯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알고보니 B 부장은 말도 못하는 '욕쟁이'인 데다 음담패설의 1인자였다"며 "일하다 실수하면 욕은 물론이거니와 '넌 몸집이 작아 경찬 줄 알았는데 똥차다. 누가 널 타고 다니겠냐'고 비웃는다"고 말했다.
이어 "저번에는 남자 동료를 향해 '너라면 쟤 타고 다니겠냐'고 말했다"며 "입을 틀어막을 수도 없고 정말 끔찍하다"고 전했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의 A씨는 말대꾸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입술만 물어뜯다 피를 내는가하면 주먹을 바짝 쥐다 손톱에 살이 패이기도 했다. 지인들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보인다며 A씨를 걱정했고 결국 A씨는 틈만 나면 구인사이트를 뒤지며 이직을 준비 중이다. 업무도 동료도 불만 없지만 상사의 '막말'이 참기 힘들어 직장을 옮기고 싶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욕설 상사'에 뭘 더 배울 수 있을 지 의문
대기업 기획전략팀에서 대리로 근무하는 C씨(33, 남)는 근래 직장생활에 부쩍 회의감을 느낀다. 임원이 기획전략팀장으로 있어 한 사무실을 사용하는데 근엄한 줄만 알았던 상사의 행동이 도를 넘기 때문이다.
C씨는 "다른 팀일 때는 전체회의에서 보고 점잖을 줄로만 알았는데 깡패가 따로 없다"며 "일을 하고 있는데 아무 이유없이 의자나 책상을 발로 차고가는가 하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욕을 하고 시비를 건다"고 말했다.
C씨에 따르면 팀장은 부장의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며 부장이 일을 하고 있는 도중에 컴퓨터 전원을 뽑아버리기도 했다. 전기가 아깝다는 이유에서였다. 부장은 팀장의 입사선배다. 팀장은 때로 화분 속 돌멩이를 집어다가 "너넨 이만한 돌이다, 뇌가 그만하다" 등의 발언을 일삼으며 직원들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기도 한다.
C씨는 "상사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려니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이런 사내 분위기에서 뭘 배울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는 상사와 팀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히히덕거리는 후배, 경고에도 아랑곳 안 해
'막말' 스트레스는 상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D씨(37, 여)는 최근 들어온 남자 후배 때문에 부쩍 마음고생이다. 미필자로 '칼졸업' 후 바로 입사한 남자 후배는 여자 동기들을 포함해도 나이가 제일 어릴 정도로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색안경일수도 있지만 나이가 어려서 인지 선배에게도 가벼운 말장난을 서슴없이 하는데 대부분 야한 농담이나 가벼운 욕설이어서 D씨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D씨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짧은 욕설이긴 하지만 사내에서 그런 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움찔하게 된다"며 "남자 후배를 중심으로 선후배, 동료들이 모여 야한 농담을 하는데 솔직히 신경에 거슬린다"고 말했다.
D씨에 따르면 남자후배는 부장에게도 과한 농담을 던졌다가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부장이 이후 D씨에게 '남자후배를 신경써라'는 임무를 내렸지만 남자후배는 도통 알아듣지 못한다는 게 D씨의 설명이다.
D씨는 "몇 번 주의를 줬지만 '요즘 세대는 이렇다', '선배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받아쳐서 할말없게 만들어 버린다"며 "이제는 탕비실에서 히히덕 거리는 소리에 짜증이 치밀어오르기도 해 내가 이렇게 무능력한 상사인가 싶어 자괴감이 든다"고 전했다.
오 정신과의원은 "사내 막말 스트레스는 참는 게 정답도 아니지만 대응하는 것도 현답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먼저 상대와 공감되는 부분을 찾고 입장을 바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담담하게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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