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위 법관과 검사들의 잇따른 로펌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금까지 심사 대상이 아니던 고위 법관과 검사의 로펌 입사에 취업심사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사법부가 반발하고 있어 법개정 과정에서 논쟁이 붙을 전망이다.
13일 법무부에 따르면 안전행정부는 최근 법무부에 `공직자윤리법 개정 관련 의견조회`를 보내왔다. 주된 내용은 사법부 취업심사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규정에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자격증 소지 공직자가 퇴직 후 로펌에 취업할 때 차관급 이상에 대해서만 취업심사를 받도록 했다. 1급 이하, 예를 들어 지법 부장판사가 로펌으로 옮길 때는 취업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변호사가 법무법인에 취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공무원 재취업 제한(4급 이상 적용)과 다르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안행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공직자에 대한 취업심사를 1급 재산공개 대상자로 확대했다. 기존 차관급 이상에서 1급으로 확대하면 적용 대상이 30여 명에서 200여 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그 가운데 법원이 148명으로 가장 많고 △검찰 39명 △법무부 13명 △헌법재판소 12명 △국세청 8명 순이다.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사법부는 부정적인 기류다. 지난달 안행부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두고 유관 기관의 협조를 구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이 자리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했고, 대법원에서는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다. 법무부와 대검은 "취업 심사 대상을 확대하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들은 또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이미 여러 가지 마련됐다는 점을 들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퇴직 법관은 직전 5년 내에 취업하려는 법무법인이 대리하는 사건을 재판한 사실이 있으면 해당 법인에 취업할 수 없다. 또 변호사법에 따라 퇴직 법관은 직전 근무지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안행부가 전관예우 금지법을 확대하려 한다는 얘기는 꾸준히 있었다"며 "법원과 검찰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입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안행부는 지난해 운영한 `취업제한 제도개선 TF`의 전문가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당시 민간 전문가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소지를 지적하면서도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전관의
최근 전 법제처장(차관급)의 로펌행을 불허한 결정도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한다.
[매일경제 박만원 기자 / 김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