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인명구조 매뉴얼이 있기는 합니까? 벌건 대낮에 300명이 바닷물 속에 잠겨가는 것을 빤히 보고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다시 한번 대형 재난사고 대응 체계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17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사고만 발생하면 민관군이 총출동해 구조에 나서지만 해양사고 특성상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면 아무리 좋은 매뉴얼도 유명무실해지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16일에도 정부는 조난신고 접수 50분 뒤인 오전 9시 40분에 승선인원이 많은 것을 감안해 해양선박사고 위기 대응 매뉴얼의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경보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해경은 물론 군·관·민까지 가용인력과 장비가 총출동해 사고해역에서 구조 수색 작업에 돌입했다.
정부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군과 해경의 구조작업을 독려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은 '사후 약방문'격이었다.
특히, 475명이 타고 있던 대형 여객선이 조난신고를 보낸 뒤 보여준 구조작업은 이를 지켜본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신고를 받자마자 해경이 출동해 헬기와 구명정 등으로 승객들을 구출했지만 이미 기울어진 배에서 밖으로 빠져나오는 승객을 탈출시키는 데 그쳤다.
사고 선박에 진입해 내부에 갇힌 승객들을 구출했다는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또 이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면 군 해난구조대 등이 즉각 나서야 하는데 그 투입 시점도 아쉬움이 크다.
조난신고가 이미 배가 기울기 시작한 뒤에 접수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군 구조대가 도착한 시간은 이미 사고 선박이 상당 부분기울어진 뒤였다.
아직 선체가 완전 침몰하지 않았을 때 출동, 선체 안으로 진입해 구조작업을 벌였더라면 실종자 수를 현저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떨쳐낼 수 없다.
'천안함'사례에서 보듯이 선체 침몰 이후에 이뤄지는 잠수부의 구조작업으로는 생존자를 구해내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사고 선박인 세월호 일부 승무원들의 사고 대응도 비난을 사고 있다.
사고 선박이 기울기 전 구명정 하나 바다 밖으로 펼쳐지지 않았고 사고 이후에는 일부 승무원들이 승객 대피보다는 탈출에 급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발생시 승객대피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승무원 지침은 유명무실했고 승객들을 선실에 머물러 있도록 한 조치도 결과적으로인명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조작업을 지켜본 정인수(46)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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