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에는 선박 사고가 발생했을 때 따라야 하는 수색구조와 관련된 매뉴얼이 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 수습 초기 과정에서 해경이 펼친 구조 활동을 보면, 매뉴얼을 익혔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게다가 두루뭉술한 설명서도 문제인데요, 박준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맨발에 속옷차림인 남성을 해경이 급히 구조선으로 옮겨 태웁니다.
별다른 신원 확인 없이 구조된 이 남성은 세월호 선장 이준석 씨.
하지만, 이는 뒤늦게 알려진 사실입니다.
해경의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에는 구조자의 신원을 정확히 파악하라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따르지 않은 겁니다.
▶ 인터뷰 : 김경일 / 해경 123정 정장
-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누구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긴박했기 때문에 선원이냐 선원이 아니냐 물을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신속한 구조를 위해 사고 선박의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을 현장에 급파하라는 수칙은 당연히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나무망치 등을 이용해 배를 두드려 생존자의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수칙도 무시됐습니다.
퇴선 방송을 했다고 하더라도 선실에 있는 승객들에게 소리가 도달했을지는 미지수.
▶ 인터뷰 : 김경일 / 해경 123정 정장
- "함내 경고 방송 장치가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 모두 바다에 뛰어내리십시오. 퇴선하십시오."라고 수차례 방송했습니다."
결국, 당시 해경이 선실에 있는 승객을 구한 것은 유리창을 깨뜨리고 구한 7명이 전부였습니다.
구조 매뉴얼 자체도 문제.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요령이 적혀 있기보다는 '신속하게', '침착하게'와 같은 두루뭉술한 표현이 대부분입니다.
▶ 인터뷰(☎) : 해경 관계자
- "(매뉴얼에 나온) 상황은 큰 틀에서만 얘기하는 거지,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현장에 있는 함장이나 이런 사람들이 판단하는 거죠."
선내 진입에 대한 설명도 전복사고 시에 해당하는 내용은 있지만, 이번처럼 배가 침몰 중일 때에 대비한 설명은 아예 없습니다.
MBN뉴스 박준우입니다. [ideabank@mbn.co.kr]
영상편집 :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