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 응원석에는 치어리더의 아름다운 율동 이 두가지가 어우러지면 관중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고 만다. 경기장에서 운동선수 만큼이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치어리더 그렇다면 이들 사이에는 과연 로맨스가 존재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이들은 서로 만날 기회도 없고, 만나서도 안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뭘까? 2010년 대한항공과 흥국생명 프로배구단에서 치어리딩을 시작해 현재는 프로농구 코트에서 팬들과 호흡하고 있는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의 치어리더 팀장 장세정 씨를 직접 만나봤다.
◆ "치어리더면 선수들 많이 만나시겠네요?"
장세정 씨는 치어리더에게 선수들과의 로맨스는 커리어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선수들을 많이 만나지 않느냐"는 질문을 일축했다.
그는 선수들을 만날 기회도 많지 않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은 문제(?)라고 운을 뗐다.
그가 속해 있는 치어리더 팀에서 운동선수와의 연애는 한마디로 '제명감'이라는 것. 실제로 한 치어리더가 선수와 3:3 미팅을 주선했다는 소문이 나자 어느 구단에서도 불러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치어리더 사이에선 유명한 얘기다.
장씨는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지만 정말 아니다"라며 "연애하다가 헤어져도 선수들이야 운동을 잘하면 곧 잊혀지지만 치어리더 같은 경우는 소문이 나 어디서도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치어리더라면 외모 측면에서 화려한 남자친구가 있을것이라 생각하시는데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직업 자체가 보여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함께 있을 때 시선을 받기 보다는 편안하고 푸근한 사람이 오히려 좋습니다"
결국 치어리더의 이상형은 '평범하고 편안한 스타일'이라는 얘기다.
◆"치어리더라는 직업, 사실 불안해요"
그는 직업에 대한 불안감도 토로했다. 치어리더 팀은 많은데 구단은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장씨는 "외국처럼 구단과 연결돼 몇년 단위로 계약하는 것이 아닌데다가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국내 치어리더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보통 치어리더는 프리랜서 형식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4대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등 사실상 사각지대나 다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중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간다.
그에 따르면 보통 치어리더는 결혼과 함께 은퇴하지만 몇몇은 요가, 필라테스, 댄스 강사 등으로 전직하기도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워낙 직업 자체가 불안정해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은 '투잡'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는 "치어리더팀이 구단에 비해 현저히 많아 경쟁이 심화되면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임금이 변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음 시즌 준비를 할 때면 혹여나 일을 못하게 되면 어쩌나 매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응원을 통한 역전승, 가장 뿌듯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치어리딩을 계속하는 이유는 '일이 주는 행복' 때문이란다.
"경기장에서 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즐겁습니다. 특히 지고 있는 상황에서 팬들과 하나가 돼 응원을 하고 그 열기가 선수들에게 전해지고 결국 역전에 성공, 승리할 때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넉넉한 환경은 아니지만 그를 떠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같은 기쁨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실제 "응원의 열기를 하나의 큰 힘으로 만드는 건 정말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라며 "그 느낌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 일을 절대 그만둘 수 없을걸요?"라며 웃어보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일에 대한 만족감 만큼이나 근무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그래야만 치
장 씨는 "은퇴할 때 제 자리를 물려줄 수 있는 훌륭한 동생들을 많이 키울 것"이라며 "동작 하나 하나에 열정을 다해 춤을 추는 우리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매경닷컴 조현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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