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한 경찰청장이 지난 6일 전격 사퇴하면서 경찰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검거를 놓고 공조해 온 검찰 수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검·경 책임론'을 강조한 만큼 경찰은 물론 유병언 일가 부실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검찰에도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부실 수사를 이유로 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도입한 임기제(2년)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박 대통령의 질책이 전해진 뒤에도 김진태 검찰총장은 거취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김 총장은 이성한 청장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뒤 퇴근길에서 거취를 묻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도 정상적으로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을 질책하며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시신이 최초 발견된 부근에 신원을 추측할 수 있는 유류품들이 많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검·경이 이를 간과해서 40일간 수색이 계속됐다"며 "그로 인해 막대한 국가적 역량을 낭비했고, 국민들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책임론을 제기하자마자 이 청장의 사퇴소식이 전해졌고 결국 검찰 수장의 거취에도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당초 유 전 회장 일가의 경영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유 전 회장과 자녀·측근들의 수천억대 횡령·배임 비리를 밝혀내는 등 수사 초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막상 책임의 정점에 있는 유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실패했고 유 전 회장은 결국 변사체로 발견됐다.
특히 변사 지휘 과정에서 유 전 회장 신원 확인을 소홀히 했고 순천 송치재 별장을 수색하면서도 막상 유 전 회장이 숨어있던 '비밀공간'을 찾지 못하는 '최악의 실수'도 범했다.
그러나 수많은 수사 성공과 실패 사례의 공과를 모두 검찰총장에게 지우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검찰 조직의 안정성 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수사팀을 지휘한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사퇴했고 수사팀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상황에서 총장을 포함한 수뇌부에 책임을 지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검찰 내부에서 감지된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 수사에 대한 언론의 큰 관심으로 인해 필요 이상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면서 "유 전 회장 일가 경영비리에 대한 수사는 검찰 입장에서 보면 다른 사건 수사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88년 도입된 검찰총장 임기제의 취지에도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그동안 임기를 채우지 못한 대부분의 검찰총장이 친인척 비리나 검찰 안팎의 갈등으로 인해 그만뒀다는 점에서 부실 수사를 이유로 검찰 수장이 물러날 경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이 경우 막상 유 전 회장 수사를 주도한 검찰의 수장 대신 검찰의 협조 요청으로 검거에 투입된 경찰 지휘부만 책임을 지는데 대한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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