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바뀌었으니 다짜고짜 방을 비워달라고 하면 누구나 참 황당할 겁니다.
당장 다음 주 강제 철거를 통보받은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 일부 상인들의 이야기인데요.
상가 건물의 새 주인이 된 서울메트로는 법대로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박유영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현장음)
삭발을 하고 격렬한 성토가 쏟아지는 시위 현장.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상인들입니다.
새로운 상가 관리자가 된 서울메트로가 지난달 말, 아무런 보상도 없이 열흘 안에 점포를 정리하라고 통보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습니다.
메트로는 상가 운영권을 놓고 전 관리자와 지난 8년 동안 법정 싸움을 벌였고, 올해 2월 최종 승소해 권리를 인정받았습니다.
소송을 하는 동안 기존대로 전 관리자와 계약을 맺어 온 상인들에게는 '판결이 나면 영업권 등을 협의하자'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인터뷰 : 정봉길 / 강남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 상인회장
- "재판이 끝나고 협상을 하자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강제집행이 들어오는 겁니다. '처음과 말이 다르지 않습니까' 했더니 (메트로 측에서) 그 때는 어떻게 말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동안 지하철 7호선과 9호선 공사 등으로 손님 발길이 뜸해도 상권을 지켜온 상인들은 하루아침에 쫓겨나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 인터뷰 :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 상인 (10년째 영업) = "처음에 왔을 때는 여기 문짝도 없고 허허벌판. 노숙자들이 대소변 싸고 이런 걸 저희가 다 정리하고. 혹시나 잘 될 줄 알고 여태 해왔는데…."
메트로 측은 법 결정에 따를 뿐이라고 항변합니다.
▶ 인터뷰(☎) : 서울메트로 관계자
- "저희는 정당한 법 집행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현 점포가 정리되면) 입찰에 들어갈 텐데 그때 원하면 참여할 수 있다고."
상인들은 입찰을 거쳐 임대료가 2배 이상 뛰면 대기업이나 들어올 수 있을 거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유영입니다.
영상취재 : 한영광 기자, 김동욱 VJ
영상편집 :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