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한국에서의 첫 미사가 열린 가운데 행사장은 이른 새벽부터 모여든 시민으로 성황을 이뤘습니다.
경기장 입구에는 대형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모여든 천주교구 신자들이 2㎞ 정도 길게 줄을 이뤘으며, 월드컵경기장역에도 지하철을 타고 개별적으로 온 신자와 시민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보조경기장에 마련된 외부 관람석에도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신자들과 시민이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이날 새벽 4시부터 입장이 시작돼 3시간 만에 행사장 1층 그라운드에 마련된 좌석과 1·2층 관람석은 거의 찼고, 3·4층도 신분 확인을 거쳐 입장을 마쳤습니다.
행사장 인근에는 응급의료소가 설치됐고 물, 선캡, 손수건 등 물품이 마련돼 시민에게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신자들과 시민은 태극기와 교황청기를 흔들거나 경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등 교황을 기다리며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경건히 묵주를 돌리며 기도를 올리거나, 삼삼오오 모여 교황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유경화(35·여) 씨는 "새벽 4시30분 충남 아산에서 출발해 가족들과 함께 왔다. 비행기를 타고 로마까지 12시간을 날아가도 보기 어려운 분인데, 두 시간 투자해서 볼 기회가 아닌가"라면서 "오늘 교황의 가르침이 내 삶의 전환점이 돼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제주도에서 단체로 성지 순례를 온 신자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전날 서산 해미읍성 순례를 마친 뒤 보령 대천에서 숙박하고, 새벽 3시에 숙소를 나서 경기장에 도착했다"며 "내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시복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외부에 마련된 관람석은 새벽까지 내린 비로 촉촉이 젖어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나서서 의자를 닦는 이들 덕분에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이범식(61) 씨는 "밤사이 비가 올까 봐 걱정했는데 교황님이 오시기 직전에 비가 그치다니…축복받은 것"이라며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앉아야 할 자리니까 닦았다"고 말했습니다.
종교가 다른 이들도 교황님을 보겠다는 한마음으로 새벽부터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10살, 9살짜리 두 아들을 데리고 경기장을 찾은 박원희(37·여) 씨는 "경기 군포시에 살고 있는데 행사를 보려고 어젯밤 청주 시댁에 내려왔다"며 "기독교 신자이지만, 천주교와 뿌리는 같지 않으냐.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자들은 저마다 교황에 바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강복순(57·여) 씨는 "세월호 참사, 윤일병 사고 등으로 뒤숭숭한 대한민국이 교황님에게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며 "특히 군인을 비롯한 많은 젊은이에게 교황님이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기대했습니다.
1층 그라운드석 맨 앞에서 교황을 알현하는 행운을 누리게 된 안현숙(55·여) 씨는 "교황님의 은총으로 청소년들 사이에 폭력이 없어지고 대한민국을 비롯한 온 세계에 평화가 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이 방문한 경기장 내에는 교황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도 내걸렸습니다.
한글과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로 '프란치스코 교황님, 당신과 함께합니다', '교황님 사랑합니다', '우리는 항상 당신을 따릅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교황 방문
특히 성악가 조수미는 18세기 남미 대륙에서 순교한 예수회 선교사들을 그린 영화 '미션'의 주제곡 '넬라 판타지아'와 가톨릭의 기도 '성모송'을 라틴어로 노래한 '아베 마리아'를 열창해 종교적 열기를 더했습니다.
조수미는 "교황님을 뵙게 돼 너무 떨린다"며 설레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