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1심 판결을 비판한 현직 부장판사가 징계 위기에 처한 가운데 비슷한 이유로 논란이 된 국세청 공무원 사례가 눈길을 끈다.
지방 세무서에서 근무하던 김모씨는 2009년 5월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나는 지난 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써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판했다.
김씨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자인 박연차씨 소유의 태광실업 등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인 것과 관련,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 전 청장에 대해 "사회공헌이다 뭐다 해서 쇼를 하게 만들었다”, "자기 자리를 보전하려고 골프를 쳤다”, "인간 쓰레기도 나름의 가치가 있는 법인데…” 등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국세청은 그해 6월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김씨를 파면했다. 이후 안전행정부 소청심사위원회는 징계 수위가 너무 높다는 김씨 주장을 받아들여 파면을 해임으로 변경했다.
김씨는 해임을 취소하라며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내 1∼3심 모두 승소했다.
또 국세청이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해 기소됐으나 1심에서 벌금형, 2∼3심에 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행정소송에서 "김씨 글의 주된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징계 사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형사소송에서도 "한 전 청장을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국세청 공무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곳에 글을 쓴 점, 전직 국세청장이 공적 인물인 점, 관련 의혹이 이미 언론에서 상세히 다뤄진 점 등이 형사소송에서 두루 고려됐다.
해임 취소 판결이 확정돼 현직에 복귀한 김씨는 30개월 동안 근무하지 못하면서 재산적·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2심은 김씨 손을 들어줬다.
1심은 "내부 게시판에 글을 게시한 것 정도를 문제 삼아 중징계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김씨에게 3천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국가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씨에 대한 징계를 불법 행위로 보고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김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배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광주지법에 환송했다고 17일 밝혔다.
대법원은 "형사소송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며 "징계 당시 김씨에 대한 해임 처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동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는 지난 9월 법원 내부 게시판을 통해 원세훈 전
법관징계위원회(위원장 민일영 대법관)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김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징계 개시가 청구된 사유는 김씨처럼 품위 손상 등이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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