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외동 딸 미정(14·가명)이의 엄마는 맞벌이다. 밤늦게 퇴근하는 것도 다반사. 그래서 미정이는 늘 외롭다. 학교·학원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귀가 시간은 밤 11시다. 엄마와 대화할 시간도 주말이 유일하지만 사춘기인 미정이는 방에서 나오는 법이 없다. 얼굴 맞대고 보는 시간은 식사 시간. 엄마도 아빠도 미정이 눈치만 본다. 그래도 미정이 엄마는 공부도 잘하고 별탈 없이 학교를 다니는 미정이가 대견스럽기만 하다. 그런 믿음이 컸을까? 미정이 엄마는 학교 담임에게 급하게 호출을 받고 서둘러 상담을 했다. 그리고 그 자리서 털썩 주저앉았다. '미정이가 남자친구와 스킨십 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는 내용이였다.
중학교 남녀공학 교사 김정길(33·남·가명)씨는 아침 출근길 교실에서 깜짝놀랄 장면을 목격했다. 어제 못한 수업준비를 하려고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일찍 교실에 도착한 그는 교실에서 남녀 학생이 애정 행각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어쩔 줄 몰라 일단 자리를 피하고 멀리서 인기척으로 그들에게 신호를 보낸 후 30분이 지나고 와보니 그들은 교실에 없었다. 최근 저녁 자리서 동료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눈앞에서 목격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초중고 교원 183명을 대상으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 미정·교사 김씨와 같은 사례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다.
실제 59명(32.24%)의 교사가 "학생 간 포옹을 목격한 경우가 있다”고 답했으며 33명(33명)은 "키스를 목격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수업 시간 애정표현을 목격한 경우도 15%나 됐다.
151명의 교사는 '교내에서 남녀 학생이 손잡거나 팔짱 긴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체 183명 중 32명의 교사는 남녀공학이 아니어서 이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남녀공학 교사가 겪었다고도 볼 수 있다.
교총은 이와 관련 "인터넷,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누구나 쉽게 음란물을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어려서부터 잘못된 성문화를 접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3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중 성경험이 있는 학생들의 평균연령이 12.8세로 전년 13.6세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윤희 을지대 간호학과 교수가 올해 10월말 국제간호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성경험 청소년대상 피임실천에 미치는 요인 분석'에서도 성관계를 해본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중학교 입학 전(남중생의 63.7%, 여중생의 56.2%)'에 첫 경험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성관계를 당연한 권리로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은 지난해 10월 23일 청소년일지라도 합의 하에 가지는 성관계는 권리이며, 본인이 원한다면 임신과 출산도 권리라는 주장을 담은 '청소년 성적 권리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 발표에 앞서 4월에는 '나는 처녀가 아니다'라는 캠페인도 펼쳐 사회적 충격을 줬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는 이미 2010년에 '사랑은 19금이 아니야!'라는 제목으로 청소년 연애 탄압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기서 학생 성행위 및 성교를 금지하고 처벌대상으로 보는 학칙을 '반인권적'으로 규정했다.
교총은 이에 따라 청소년의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고 바람직한 성교육을 위해 ▲교육부 차원의 학교 내 학생 과도한 스킨
[매경닷컴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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