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번? 그 번호는 절대 못 받아. 내가 3030번이나 3003번까진 해줄 수 있는데….”
지인의 차량에 일명 '골든넘버'번호판을 선물하려 업무개시 전부터 서울 노원구청을 찾은 A(33)씨는 엉뚱하게도 공무원이 아닌 번호판 발급 대행사 직원의 설명만 한참 들어야 했다.
대행사 도움 없이 스스로 골든넘버를 얻고 싶었던 A씨는 다음날에도 구청을 찾았지만 원하는 번호를 뽑는 데 실패했다.
돌아가려던 순간 A씨는 다른 외제차가 담당 부서엔 들르지도 않은 채 번호판 발급 장소로 직행해 3000번을 달고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노원구청 발급 번호를 어떤 차량이 갖고 갔는지 보험개발원 전산원에서 뽑아보는데 0이 3개씩 들어간 번호 등은 다 외제차였다
A씨의 사례만이 아니라도 이런 경험은 인터넷상에서 비일비재하게 찾아볼 수 있다.
공식적으로 차량 번호판은 구청이 1000개 단위로 번호를 배정받아 10분의 1씩 잘라서 발급하고 있다.
노원구 관계자는 "10개씩 무작위로 추첨한 것 중 차주가 고르기 때문에 비리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1000단위로 딱 떨어지거나 한 가지 숫자가 연속되는 골든넘버를 '따는'데 있어선 대행사들이 더 분주해진다. 원칙적으로는 불가하나 골든넘버가 나올 때까지 10개 단위의 추첨을 여러 번씩 반복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7777번이나 7788번 같은 프리미엄 번호를 얻으려면 대행사에 100만원씩 내야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 자치구의 관계자도 "증거가 없을 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유착이 있을 수 있다”며 "대행사 사람들이 구청에 상주하는데 밥이나 술을 사주고 친해지면 충분히 번호를 빼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든넘버 좀 뽑아봤다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가 노원구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강남구는 민원인은 물론 대행사에도 좋은 번호를 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심지어 이미 발급됐어야 할 번호도 유보로 잡고 있다가 나중에 내주는 경우도 확인되곤 한다.
A씨는 중고차 사이트에서 이미 발급됐어야 할 차량번호를 입력했는데 미등록 번호로 나와 그 번호를 달라고 강남구에 문의했더니 "이미 나간 번호”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했다.
번호판 발급을 시도한 또 다른 B씨는 "A씨가 문의하고 나서 강남구청 자동차민원실은 발칵 뒤집혔다”며 "그로부터 며칠 후 해당 중고차 사이트는 돌연 자동차번호 검색 시스템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청이 전산시스템으로 처리하는 일이라 비리는 있을 수가 없고 그런 사례도 없다”고 일축하며 따로 처벌 규정이 없고 감시·감독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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