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 3명 헐값 감정 대가로 6억 챙겨…

서울 용산구의 고급 민간 임대아파트 '한남더힐'의 분양 전환가격을 낮게 감정해주고 6억원에 가까운 돈을 챙긴 감정평가사들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안범진 부장검사)는 잘못된 아파트 감정평가서를 내주고 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N감정평가법인 전 대표 김모(56)씨와 N감정평가법인 소속 류모(45)씨 등 감정평가사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습니다.

검찰은 이들에게 돈을 건넨 전 한남더힐 분양전환 대책위원장 윤모(66)씨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 감정평가사 3명은 2013년 9∼11월 윤씨로부터 분양전환 가격을 최대한 낮게 평가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5억8천9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조사결과 이들은 실제 감정을 하지 않은 '탁상감정'을 통해 아파트 전세보증금 수준에도 못미치는 '평당 가액'을 사업 제안서에 적어 냈고, 이를 통해 한남더힐의 감정평가 업무를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소속 감정평가법인 명의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헐값으로 매겨진 가액 등을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전했습니다.

특히 이처럼 낮은 평가액에 맞추기 위해 낡은 노후 주택만을 골라 가격을 비교하는 등 비정상적인 가격 산출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따라 한남더힐의 분양 전환 대상 600세대의 감정평가 금액은 실제 2조원을 훌쩍 넘었어야 하지만 1조1천620억원으로 매겨졌습니다. 김씨는 심사자가 아닌데도 발부된 감정평가서에 심사자로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한남더힐의 '고무줄 감정평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토교통부는 같은 해 7월 제일·나라감정평가법인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사건에 연루된 감정평가사들에 대해서는 최장 1년2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