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흘만 지나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입니다.
그런데 과거 설날이 공휴일로 지정되지도 못하고 억압받던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오늘에 이르기까지 설 풍경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원중희 기자가 전합니다.
【 기자 】
베트남 파병 장병들이 거수 경례로 세배를 대신하고,
일제시기 강제 징용으로 끌려갔던 재일 동포들은 4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잃었던 혈육과 함께 설을 맞았습니다.
<1976년 대한뉴스>
"사망신고까지 낸 아들이 돌아오고, 헤어질 때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되어 다시 만난 노부부…."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고, 가족들과 윷놀이나 제기차기를 즐기는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당시 설날은 공휴일이 아니었습니다.
1896년 을미개혁으로 태양력을 받아들이면서 양력 1월 1일만 공식 설날이 됐기 때문.
일제는 민족의 얼을 끊기 위해 음력 설을 공권력으로 탄압했고, 해방 이후에도 정부는 이중과세라는 이유로 음력 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음력 설을 지냈고, 정부는 결국 1985년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설 당일을 휴일로 지정했습니다.
<1985년 대한뉴스>
"올해 처음 공휴일로 지정된 음력 정월 초하루 민속의 날…."
4년 뒤 민속의 날은 '설날'이라는 이름을 되찾았고, 휴일도 사흘로 확대돼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1989년 대한뉴스>
"양력 설에 밀려 구정, 또는 민속의 날로 불려오던 설날이 92년 만에 그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MBN뉴스 원중희입니다. [june12@mbn.co.kr]
화면제공 : 국가기록원
영상편집 : 박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