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은행 지점에서 달러 환전 규모를 놓고 은행과 손님의 진실 게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천에서도 유사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전 실수는 서울 사건 보다 20여일 앞서 일어났다.
중국 곡물 운반선 선원으로 일하고 있는 중국인 왕모씨(27)는 인천항에 도착한 뒤 환전을 위해 지난달 7일 오후 6시 인천시 중구 신생동 한 상품권판매소를 찾았다.
판매소 관리인 김모씨(39)에게 미화 100달러를 건네고 10만 원 가량의 한국 돈을 건네 받았다.
하지만 왕씨 손에는 환전한 한국돈 외에 S백화점이 발생한 10만원 상품권 84매가 함께 쥐어져 있었다.
김씨는 새벽께 정산을 하는 과정에서 상품권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왕씨는 이미 인천을 떠난 뒤 였다. 환전 다음날인 8일 아침 군산항으로 이동해 곡물을 추가 하역한 뒤 호주로 이동하려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군산세관과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협조를 받아 11일 오전 9시께 출항 직전인 왕씨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왕씨 소지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형 컴퓨터와 카메라가 발견됐다. 상품권 판매소에서 잘 못 준 상품권을 이용해 대형마트에서 산 물건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왕씨를 형법상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사용하고 남은 상품권 등을 모두 회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는 왕씨에게 상품권을 준 적이 없다고 하고, 왕씨는 서비스로 준 걸로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800만 원이 넘는 상품권을 그냥 준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상품권을 잘못 건네받은 사실을 알고도 돌려주지 않고 사용해 입건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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