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뉴스 속 궁금증을 친절하게 풀어드립니다. '뉴스 속 뉴스' 시간인데요.
매경이코노미 박수호 기자 자리했습니다.
<사정칼날 경남기업에 무슨 일이>
[앵커]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주목받고 있는 업체가 바로 경남기업인데요. 오늘은 경남기업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박 기자, 경남 기업 어떤 회사입니까.
[기자]
역사로 치면 60년 이상 된 꽤 오래된 건설사입니다. 2000년대 초반 한창 한류 바람을 일으키던 배우 배용준을 광고 모델로 쓰며 ‘경남아너스빌’이란 브랜드로 히트를 치기도 했습니다.
경남기업은 한국 건설사에도 많은 이정표를 제시했는데요. 한국 건설업체 최초로 해외 건설 사업에 진출하고 건설사 중에는 처음으로 증권 시장에 상장한 회사입니다. 지금은 워크아웃 중에 있지만 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1962년 당시 도급한도액 상위 30위권 건설사 중에 올해까지 순위를 유지한 건설사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경남기업 3곳 뿐일 정도로 업계에서는 저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부침도 심했다고 들었습니다. 회사가 여러번 주인이 바뀌었다는데요.
[기자]창업은 정성원 회장이 대구에서 했고요. 건설업계 최초로 태국 중앙방송국 타워 공사를 수주한 게 계기가 돼 베트남 병원 신축공사, 인도네시아 도로공사 등 해외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며 차별화했습니다. 오너가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신기수 회장으로 바뀌었는데 이 시점에서는 김해공항 공사를 따내며 승승장구하기도 했습니다. 1988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대우 계열사로 편입되기도 했는데요. IMF외환위기 때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지금의 오너인 성완종 회장이 이끄는 대아건설이 경남기업 지분 51%를 인수해서 오늘날에 이릅니다.
[앵커]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도 있다면서요.
[기자]
고 신기수 전 회장 시절 박근혜 대통령과 묘한 인연이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1979년 ‘구국봉사단’총재를 맡았는데 신 전 회장이 구국봉사단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했고요. 1979년 10·26이 터지자 박 대통령에게 300평 규모의 ‘성북동 집’을 마련해 준 인물도 신 전 회장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영남대, 육영재단, 정수장학회 이사장 시절 신 전 회장은 각 기관 이사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역사와 전통이 있다는 회사가 최근 검찰 압수수색, 비자금 의혹 등에 휘말리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앞서 경남기업이 해외 사업에 강점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런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입니다.
경남기업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 사업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로부터 일반 융자금 130억원을 받았는데요. 이 과정에 일부 돈이 사주 일가로 흘러들어갔다는 게 검찰 측이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또 2008년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 경남기업에서 유일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건축자재 전문기업 코어베이스라는 회사가 있는데요. 이 회사를 계열 분리해 회장 부인의 자산으로 둔갑시켰다든지 경남기업의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 체스넛과 체스넛비나가 성 회장 부인이 실소유주이면서 비자금 창구로 쓰였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사주 비리로 비화되는 분위기이군요. 그럼 여기서 사주 성완종 회장은 어떤 사람인지 좀 들여다보겠습니다.
최근 회사가 어렵자 성 회장이 경영권을 내놓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는데요. 박 기자, 어떤 사람입니까.
[기자]
경영권에서 손떼기 전까지만 놓고 보면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4학년 때 중퇴한 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서울 영등포교회의 야간학교에 다니면서 중·고교 공부를 했습니다. 고향인 충남 서산에서 화물영업소 일로 번 돈 200만 원을 밑천으로 건설업계에 뛰어들어 경남기업까지 인수하게 됩니다. 2012년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선진당 후보로 충남 서산·태안에 출마해 당선, ‘4수’ 끝에 국회에 입성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의원 시절 그는 해외 진출 기업에 대한 정부의 금융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지금 보면 본인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사정당국이 성완종 회장을 겨냥한 건 그가 전형적인 MB맨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던데요.
[기자]
실제 성 회장은 MB정부 인수위원회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당적도 자유선진당에서 MB정부 시절 새누리당으로 바뀐 것도 맞고요. 그러다 보니 대표적인 친이계 정치인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또 경남기업이 MB정권 초 어려워졌을때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모 은행에 전화를 걸어 경남기업을 워크아웃 리스트에서 빼라고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친이계라던 성 회장은 MB정권 때 경남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걸 결국 막지 못했습니다. 이를 두고 당시 재계에선 실제 친이계가 맞느냐는 말이 돈 것도 사실입니다.
[앵커]
최근 수사 상황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기자]
최근 노조에서는 회사는 부실해지지만 사주 일가는 배를 불린다는 비판을 했고, 검찰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부패는 없애야겠지만 집권 3년 차에 이미 한두 차례 조사한 내용을 가지고 특정 기업을 들여다보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는데요.
[기자]
법조계 일각에선 기획성 수사일 뿐 사실 새로운 불법 사례가 나온 건 없지 않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일부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자원개발 건만 봐도 검찰이 경남기업이 광물자원공사로부터 지원 받은 일반 융자금 130억 원의 자금 집행 내역에서는 자금 사용처 대부분이 해명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경남기업 측은 이번 사정으로 3차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황에서 자구 노력이 허사가 될까봐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경남기업 소유 베트남 최대 빌딩 랜드마크72는 매각 작업이 진행중이었는데 이번 검찰조사 여파로 약 1조원에 달하는 매매 협상이 중단될 위기에 놓여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앵커]
성역 없는 수사도 중요하겠습니다만 자칫 불황 때 경제 활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는 운영의 묘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합니다.
지금까지 매경이코노미 박수호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