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화환업체에게 뒷돈을 받고 호텔 연회장에서 폐기될 화환을 재활용할 수 있게 해준 호텔 노조위원장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8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폐기 화환을 독점 수거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7800여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배임수재 등)로 한국노총 산하 전국관광서비스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서모씨(51)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씨는 총 42회에 걸쳐 7798만원을 받아 챙겼으며, 호텔 노조원 급여에서 모금한 조합비 5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씨에게 금품을 주고 폐 화환을 수거한 화환업체 대표 2명은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해당 호텔에서 20여년 간 노조위원장으로 재직한 서씨는 지난 2009년 6월께 호텔 연회부 행사장에서 쓰고 난 폐 화환을 특정 업체가 수거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화환 수거업자에게 호텔 노조경비로 쓰겠다며 대가로 월 200만원씩 내라고 요구했다. 돈은 노조 경리 여직원 계좌로 받았으며 총 금액은 7000여만원에 달했다.
서씨는 2013년 7월께 호텔 매각 소문이 돌면서 연회 행사가 줄고 기존 화환 수거업자가 월정액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자 새로운 업체를 선정했다. 폐 화환 1개당 7000원으로 계산해 또다른 호텔 노조원 명의 계좌로 총 789만원을 받아냈다.
그러나 노동조합 경비로 사용하겠다던 돈은 서씨 개인의 신용카드 결제 등 모두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됐다. 특히 그는 노조 조합비를 자신의 음주운전 벌금 500만원을 납부하는 데 쓰는 등 총 4952만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서씨에게 금품을 주고
경찰 관계자는 “영세한 화환 업자들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해 특혜 대가로 금품을 챙기고 노조자금도 마음대로 꺼내 쓴 것”이라며 “다른 특급호텔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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