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MBN |
의암호 건너편에 있는 강원도 춘천시 서면은 여의도 면적의 14분의 1 정도 되는 작은 마을로, 지난 1963년부터 배출한 박사만 155명입니다.
인구가 1천930가구 4천57명(2014년 12월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열두 집에 한 집꼴로 박사가 나온 셈입니다.
서면은 춘천 도심에서 아주 먼 거리는 아니지만 지금도 다리를 2번이나 건너야 갈 수 있는 시골 마을입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배를 타고 북한강을 건너야 닿을 수 있었습니다.
지리적 특성에 더해 농토가 적고 먹을 것이 별로 없어 경제적으로 낙후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마을의 뿌리 깊은 향학열은 그 빈곤과 불편 속에서 꽃피었습니다. 조선 숙종 때 기사환국으로 송시열, 김수항, 김수흥 등 서인 100여명이 사형·유배·삭탈관직 등으로 화를 당했습니다.
이를 본 김수흥의 아우 김수종은 벼슬을 버리고 당시 서하면과 서상면에 속했던 이곳 서면으로 낙향합니다.
노론계가 모여 후학을 길러내기 시작하면서 유학이 발전했고, 어린 아이들이 일찍이 서당에서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입니다.
물론 자식을 더 넓은 세상으로 내보내려는 부모들의 희생도 있었습니다.
산나물을 광주리에 담아서 이고 새벽 시장에 나가는 어머니와 한배를 타고 등교하며 아이들은 남다른 학구열을 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1999년 서면 금산리에 세워진 박사마을 선양탑에는 '자식들만은 보다 살기 좋은 곳,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넓은 세상으로 내보내고자 힘겨워도 더 많이 가르치고 또 배워야 했기에…'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런 배경 아래 1963년 미국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송병덕씨가 서면 출신 박사 1호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한승수 전 유엔총회의장, 송병기 전 경희대한의대학장, 홍종욱 전 교육감, 한장수 전 교육감, 박승하 전 의원, 박흥수 강원정보문화진흥원장 등 현재까지 155명이 박사 기록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교육의 성지'라는 칭송이 전국에 퍼지면서 한때 신혼부부들이 마을 정기를 받아 똑똑한 아이를 낳으려 하룻밤을 지내러 오는 일도 많았다습니다.
실제로 관광시설 하나 없는 이 마을에 외지인인 발길이 이어지면서 2000년대 초·중반 마을 인근에 숙박 업소가 우후죽순 생기기도 했고, 현재도 방문객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마을 출신 박사들의 모임 백운회는 최근 마을의 이러한 역사와 특징을 모티브로 해 관광·문화 단지를 조성하는 '박사 문화촌 건립 계획안'을 내놨습니다.
서면을 '지혜 나눔 문화 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 '박사 할아버지 이야기 마을' 활성화 사업은 백운단과 한백록 장군 유적지·도포서원 등 문화재 복원 사업과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청정한 산천을 활용한 농촌 체험 관광지 개발과 인프라 구축 등 권역 활성화 사업, 그림·도예·노래·영상 등 다양한 분야로 차별화한 예술 마을 조성 사업도 계획중입니다.
특히 서면 지역 발전은 물론
이 마을 박사 26호인 전수경 박사문화촌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은 "박사마을은 학업성취욕뿐만 아니라 특유의 근면 성실한 분위기와 효 문화로도 유명하다"면서 "소설과 문화재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춘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문화 관광 자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