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자와 인턴 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석진 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54)에게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당초 검찰이 구형한 징역 5년의 절반에 해당하는 형량이다.
14일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박재경 판사)은 강 전 교수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60시간 이수,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신상공개 3년을 판결했다.
이날 오전 강 전 교수는 파란 줄무늬 수의를 입은 채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꽉 쥔 채 입술을 떠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강 전 교수는 지난 2008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여학생 9명을 11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재판의 최대 쟁점은 추행의 상습성 인정 여부였다.
앞선 공판에서 강 전 교수 측 변호인은 성추행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하지만 ▲동종전과가 없고 ▲기간이나 횟수 등을 볼 때 집중·반복적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공개적인 모임에서 추행이 이뤄졌고 ▲피해자들이 정신을 잃을 정도로 취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상습성은 부인했다.
반면 검찰 측은 동종 전과가 없어도 상습성이 인정된 판례가 있고, 6년 동안 피해자 9명에게 총 11차례 성추행한 사실을 들어 상습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강 전 교수가 식사나 술 자리에서 배웅을 핑계로 삼아 학생을 강제추행하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상습성을 인정했다. 또한 강 교수가 학생과의 인적 신뢰 관계를 이용해 악질적으로 강제추행을 했다며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08년 초순부터 2009년 10월 경 여학생 2명을 상습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선 공소를 기각하고 나머지 7명에 대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상습범 규정이 신설된 2010년 4월15일 이전에 성추행이 발생했고 피해자들이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고소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피해자 한 명과 합의를 한 점도 형량이 줄어든
이에 대해 강 교수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인 ‘피해자X’는 “한 명의 피해자가 합의했으나 친고죄 폐지 이후의 범죄로 유죄”라며 “재판부의 양형 근거에 피해자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검찰의 항소를 촉구했다.
강 전 교수 측은 항소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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