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차 유행’의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자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병원의 관리 밖에 있던 보호자들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연이어 받은 데 이어 최근 직원들의 감염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삼성서울병원에 메르스 확산 관리의 1차적 책임을 지운 정부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삼성서울병원발 환자가 속출하자 메르스 확산의 고비 시점을 이달말로 또 다시 늦췄다.
17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삼성서울병원 방사선 기사(33·남)가 지난 11~12일경 다른 메르스 확진자의 영상진단장치를 촬영하다 바이러스에 노출돼 최종 메르스 확진판정을 162번째로 받았다고 밝혔다. 잠정 역학조사 결과 이 환자는 4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의 엑스레이 촬영을 하면서 환자들이 기침하면서 내뱉은 침방울을 정면으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 예방조치가 철저하지 못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날 대책본부는 지난 2~10일까지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모든 외래·입원환자의 의료기록 수집과 전국 의료기관 정보 공유에 뒤늦게 나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신자조회시스템과 건강보험심사평가 시스템과 연계해 이 환자들이 다른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을때 발열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2차 유행을 막지 못한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의 자체적인 모니터링에 더이상 의존하지 않고 모든 환자와 방문자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의 허술함은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남·35)가 폐렴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을 들락날락한 지난달 27~29일부터 줄곧 이어졌다. 폐렴환자였지만 입원 첫날 몸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14번 환자는 하루 200명 환자가 오가는 응급실을 벗어나 화장실, 복도 등을 휠체어도 없이 링거 거치대에 의존해 걸어다닐 수 있었다. 병원측은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서 찍은 엑스레이 자료를 제출했지만 메르스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 29일 보건당국과 환자로부터 14번 환자가 감염 의심자라는 통보를 받고 나서야 심각성을 깨달았다. 삼성서울병원은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이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과 환자 명단을 당국에 제출했다. 명단에는 단 115명만 있었다. 이 명단은 삼성서울병원에서 17명의 환자가 쏟아져 나온 이달 7일까지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을 관리한 유일한 흔적이기도 하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첫번째 환자를 선제적으로 당국에 신고한 탓일까. 삼성서울병원의 관리는 이후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순차적으로 명단을 당국에 제출하는방식으로 이뤄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달초 자체 조사를 실시해 647명의 환자 명단을 자진해서 보건당국에 제출했다. 지난 6일 브리핑에서도 정부는 이 명단을 토대로 “삼성서울병원에 관리 대상 인원이 600여명”이라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직원 218명이 추가로 14번 환자에게 노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명단에도 환자 보호자와 방문객은 빠져 있었다.
지난 8일~9일 이틀간 이 병원에서 13명의 환자가 나왔지만 환자와 의료진은 겨우 4명에 불과했다. 다수의 메르스 의심자가 환자가 아닌 병문안 온 가족이나 보호자에서 나왔다. 정부가 뒤늦게 콜센터를 통해 방문자 관리에 나섰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삼성서울병원과 정부가 보호자, 방문자, 의료진 외 직원들에 대한 대응을 서로 미루면서 3차 유행의 불씨를 만든 셈이다.
병원 응급실에 있던 보호자 가운데 격리 대상임을 통보 받은 사람은 이달 6일 이후에야 서서히 나온다. 가족 등 방문자와 간병인은 물론 심지어 의료진이 아닌 직원들이 관리 밖에 있다가 최대잠복기 14일이 지난 최근까지 확진자로 판명되는 이유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의 대처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드러난 건 환자 이송직원인 137번 확진자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직원 한명으로 인한 추적 대상자만 480명에 이른다.
17일 브리핑에서 권준욱 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삼성서울병원에서 명단이 넘어오고 즉각 콜센터를 통해 동행자 보호자 등을 관리했지만 14번 환자 접촉자에 대해 아직도 추가적으로 확인하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신규 메르스 확진자 8명 가운데 4명이 지난 5월 27∼29일 사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환자다.
한편 보건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의 안이한 대처로 인해 메르스 확산의 ‘고비’는 자꾸 늦춰지고 있다.
첫 확진자가 나온지 사흘째인 지난달 23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대잠복기를 고려할 때 지금부터 2주간이 고비”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 확진자가 속
[조시영 기자 / 이동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