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방역망이 뚫린 상황인데 안심병원이라고 믿을 수 있나. 아파도 그냥 참고 병원에 가지 않겠다.”
정부가 일반 국민과 호흡기 질환자가 마음 놓고 진료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지정한 ‘국민안심병원’이 18일 현재 161곳으로 늘어났지만 막연한 공포에 병원 이송을 거부하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메르스 감염을 우려로 병원 진료를 외면하는 국민이 안심하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국민안심병원을 지정했지만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매일경제신문은 17~18일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강북삼성병원과 순천향대서울병원, 명지성모병원,고려대안암병원, 신촌세브란스 현장을 둘러봤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되면 기침 등 호흡기 질환자는 별도로 마련된 선별 진료소에서 진료를 받고, 입원이 필요할땐 1인 병실을 배정해 일반 환자와의 접촉이 최대한 차단된다.
신촌세브란스는 응급실 앞에 2명의 보안요원을 배치했다. 바깥문과 안쪽 문 사이에 열 측정기를 설치해 놓고 내원자를 엄격히 차단하고 있다. 병문안을 온 방문객들이 한꺼번에 들어가려다 제지를 받고 한명만이 입장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이후 1명씩만 교대로 입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앞 벤치는 이렇게 제지를 받고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의 차지가 됐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본관과 응급실에 간호사와 경비원이 상주하며 병원 출입을 통제했다. 17일 오후 8시 30분께 마스크를 착용한 채 119구급차에 실려온 한 여성은 발열 체크, 문진표를 작성한 뒤 ‘안전진료실’ 이송됐다. 동행 보호자는 오후 9시 가 넘도록 ‘안전 진료실’ 앞에서 대기해야 했다. 삼엄한 통제는 강북삼성병원과 명지성모병원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안심병원은 이처럼 엄격한 출입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지만, 국민안심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하다.
서울 목동에 사는 이모씨(34·여)는 저녁 식사 준비를 하다 식칼에 2cm 가량 깊이 베었지만 인근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이대목동병원으로 가기를 거부했다. 그녀는 “만에 하나 메르스에 감염되면 2살 아이는 어떻게 하느냐”며 “스스로 소독하고 연고를 발랐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에 들른 한 119 구급 대원은 “구급출동시 (국민안심병원으로 간다고 해도)메르스 감염을 우려하는 환자들이 많다”면서 “한 교통사고자는 이송을 거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명지성모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발생 전 내원 환자가 하루 100명 이었다면 지금은 60~7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뇌줄중 진료 전문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환자가 줄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주변에서 환자를 많이 이송한다는 택시기사 김모씨(55)는 “병원으로 가는 사람이 메르스 발생 전 하루 10명이었다면 지금은 1~2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다만 국민안심병원 입원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입원한 정형외과 환자 김모씨(47)는 “건물 앞에서 등록한 사람만 들어오도록 하니까 불안감이 덜 하다. 격리된 메르스 환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안심병원이라고 하니까 큰 염려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원 환자 최모씨(32)도 “소독도 자주하고 건물 앞에서 통제도 엄격히 해 딱히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명지성모병원 간호사 이모씨(28·여)는 “(병원측으로부터)손씻고 마스크 착용하라는 안내을 자주 받는다”면서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되고 나서 의료진도 위생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격기준에 미달인 병원을 안심병원으로 지정해 보여주기식 행정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병원급 안심병원의 경우 일부는 중환자실이나 메르스 의심환자
대한병원협회는 “국민안심병원의 성공여부는 의료인과 병원의 세심한 점검, 국민 신뢰에 기반한 절차준수에 달려있다”면서 “보건복지부와 이번 주부터 운영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지홍구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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