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실내에서 대마를 대량으로 재배해 유통한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24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4~6월 경기 용인시 소재 공급면적 109㎡ 규모 아파트에서 대마 46그루를 재배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 모씨(39) 구속하고 대마 전부와 대마초 완제품 135g, 현금 2500만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실내에서 이같이 막대한 양의 대마를 재배하다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마 1그루로는 약 2000여명이 동시에 흡입할 수 있는 대마초를 생산할 수 있다. 총 46그루로는 무려 9만2000명이 피울 수 있는 대마초가 나온다. 압수된 대마초 완제품 135g으로는 최대 1300여명이 동시에 피울 수 있다. 시가로는 최대 20억원어치에 달한다.
이씨는 2007년 뉴질랜드로 이민한 뉴질랜드 국적자로, 현지 적응에 실패하고 2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이후 2013년 한 캐나다인에게 대마 종자를 받고 재배법을 익힌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13년 6월부터 빌라·아파트 등 거주지에서 대마를 재배해왔다. 지금까지 대마는 특유의 강한 향 때문에 일반 가정집에서 몰래 키우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씨는 냄새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마를 방안에 친 텐트 안에서 키웠다. 창문은 스티로폼 등으로 막고 인터넷으로 산 정화조 냄새 제거기 등도 설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급습 당시 아파트 현관 앞에서도 대마 향이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로 환풍 시설이 완비돼 있었다”며 “이웃들도 이씨가 대마를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운 여름 한 철만 자라는 대마를 사철 재배하기 위해 500만원을 들여 태양열과 온도가 비슷한 LED 전구와 텐트 등도 갖췄다. 이와 관련해 전기요금만 매달 80만~100만원이 나올 정도였다.
경찰은 올해 2월부터 해외 유학생 출신 대마초 사범을 집중 단속하다가 판매책 등에게 이씨가 아파트 실내에서 대마를 대량 재배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달 8일 현장을 급습해 이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이씨 등에게 대마를 넘겨받아 판매한 정 모씨(41) 등 5명을 구속하고, 단순 흡입사범 68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미국·호주·영국·뉴질랜드 등 해외 유학생 출신이거나 현재 해외 유학 중인 20~30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부는 대마 추출물 일명 ‘왁스’를 전자담배 파이프에 발라 클럽 등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히 흡입하기도 했다.
경찰은 해외 유학생의 대마초 흡입에 대해 단속을 지속하고, 현재 혐의가 포착된 유학
경찰 관계자는 “한국은 주거 밀도가 높아 향이 강한 대마 등을 몰래 재배하기 어려워 ‘마약청정국’으로 인식됐지만, 대량 실내 재배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대마초 흡입·판매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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