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때문에 우리가 성장했는데 고통 모르는 체 할 수 없었죠” (홍종찬 유어스 대표)
메르스발 외국인 쇼핑객 감소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동대문 패션타운 상인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동대문 패션타운 내 대표적 의류 쇼핑몰인 ‘유어스’의 운영진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입주 상인들에게 두 달 간 임대료의 30%를 파격적으로 감면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유어스 측은 오는 9월 중국 바이어들을 상대로 대규모 프로모션도 준비하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가 고심 중인 메르스발 경기 방어 대책에 상당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 메르스로 고생하는 상인들을 위해 두 달 간 임대료 30% 할인을 결정한 유어스의 송시용 회장 <사진제공=유어스> |
문인터내쇼날(유어스의 법인명) 명의로 상인들에 보낸 공지문에는 “오랜 경기침체와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해외바이어 및 지방 상인이 극도로 감소하면서 동대문 상권은 유래없는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매출 감소로 인한 상심이 클 회원 여러분들의 고통을 분담하고자 임대료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어스의 두 달 임대료는 450만~600만원 수준이다. 30% 할인으로 상인들은 두 달 간 최대 180만원 임대료 절감 효과를 얻게 된다. 상가 370여곳 전체로 따졌을 때는 6억 원 이상 임대료 할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2006년 시작한 유어스는 동대문 패션타운 내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의류 도매 상가로 평상시 하루 매출이 50억에 달한다. 하지만 주로 중국인 바이어들을 대상의 장사를 하는 이곳 상인들은 최근 메르스 발발로 수익의 70% 이상이 줄어드는 타격을 입었다.
홍종찬 대표는 “중국에서 바이어들이 전혀 오지 않아 매출이 급감했다. 동대문 내 어느 상가보다도 타격을 심하게 입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어스는 동대문에서 상인들 입주 선호도가 가장 높은 상가로서 입주 대기자가 400명에 이르러 우리로서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임대 수익에 감소는 없다. 하지만 상인들로 우리 회사가 활성화됐는데 고통을 모르는 척 할 수 없었다”고 이번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또한 "우리는 서울시 기부채납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 만큼 메르스 정국에 중소 상인들을 지원하려는 서울시 기조에 발 맞추는 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상인들은 예상치 못한 희소식에 반색했다. 여성의류 전문점인 ‘모스’의 김용식 사장(52)은 “매장 쪽에서 공문이 왔다고 해서 요금 고지서인 줄 알고 펼쳐봤는데 상가의 위기 상황에서 임대료 할인으로 돕겠다는 내용이어서 놀랐다”며 “장사를 20년 이상하며, IMF, 금융위기 모두 겪었지만 상가 측의 이런 배려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류 상점의 대표는 “메르스가 완전히 잡힐 때까지는 해외 바이어들이 방문하지 않을 것 같다”며 “그 기간 동안 전체 비용의 13%를 차지하는 임대료 비중을 줄여줘서 버텨나갈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요우커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갑’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동대문 패션타운은 메르스사태 발발 이후 매출이 70% 이상 줄어드는 등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메르스 여파 등으로 방한을 취소한 관광객 수는 10만8086명에 이른다.
유어스의 이번 결정은 한국 경제 위기의 돌파구를 민간이 먼저 모색한 사례로 추후 정부의 반응이 기대된다. 특히 유어스는 오는 9월 자비 5억원을 들인 대대적인 홍보로 중국인 바이어들의 발길을 되돌
홍 대표는 “메르스가 잠잠해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을에 중국 쪽에 포커스를 맞춘 홍보행사를 대대적으로 할 것”이라며 “매년 두 세 번 정도 1억5000만원 규모로 진행하는 홍보행사에 이번에는 특별히 3배 규모인 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번 사태를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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