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장애인 제자 방치한 태권도장 사범들에 징역형

↑ 사진=MBN 자료화면

장애를 고치려고 태권도 도장에서 합숙훈련을 받다가 관장에게 각목 등으로 맞아 중태에 빠진 정신지체 장애인을 수일간 방치해 죽게 한 비정한 사범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하현국 부장판사)는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26)씨에 대해 징역 1년 8월을, 유모(30)씨와 조모(52)씨에 대해 각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습니다.

작년 8월 23일 3급 정신지체 장애인 A(25)씨는 어머니의 요청으로 태권도를 배우며 투렛증후군(틱장애)을 교정하려고 김모(49) 관장이 운영하는 강동구 명일동의 태권도장 본관에서 합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A씨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는커녕 각목과 나무봉 등으로 수십 차례 폭행했습니다.

그러다 그해 10월 23일 관장 김씨가 잠시 외국으로 출국하자 체육관 사범이던 김씨 등 3명은 체육관 본관에서 돌아가며 숙식하며 A씨의 상태를 김씨에게 보고했습니다.

당시 A씨의 몰골은 처참했습니다. 얼굴은 물론 온몸에 피멍이 들었고, 절뚝거리며 정상적으로 걷지도 못했습니다.

밤낮으로 오줌을 지렸고,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합숙을 시작할 때 75㎏이던 몸무게는 50㎏대로 급격히 줄었습니다.

하지만 사범 김씨 등은 A씨의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했습니다.

그저 관장 김씨에게 "A의 상태가 메롱입니다", "A 상태가 심각, 오줌 계속 싸고"라며 A씨의 상태를 보고만 할 뿐이었습니다.

또 서로 "계속 창고에 오줌싸서. 미치겠네 이노마(이놈이) 사람 되기 전에 죽을 거 같다"는 등의 문자만 주고받을 뿐, 병원에 데려갈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A씨 어머니가 음식을 가져다주려 체육관 본관을 방문했을 때도 이들은 아들이 잘 지내고 있다고 둘러대고 만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특히 A씨가 폭행당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본관 담당 사범인 김씨는 A씨의 몸 상태를 보고도 보조사범에게 "이불을 새 것으로 갈아줬는데 하루를 못가네, 몸이 병신이 돼서"라는 문자만 보내며 방치했습니다. 10월 27일 밤엔 A씨가 고통으로 신음하자 여자친구와 대화하는데 시끄럽다며 열려 있던 사무실 문을 닫고선 A씨를 그대로 내버려뒀습니다.

결국 A씨는 다음날인 28일 오전 10시 30분께 체육관에서 다발성 손상 및 감염증으로 사망했습니다.

법정에서 김씨 등은 "몸의 멍, 미열, 오줌을 싸는 증상 등은 감기몸살 정도로만 알았다", "감기약을 먹이고 죽을 주는 등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다 했다"라고 주장하는 등 변명에만 급급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통상적인 보호조치를 했다는 취지로 변명하는 등 범행을 부인하면서 진정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김씨는 체육관 본관 사범으로 폭행 장면을 직접 목격했고, 피해자가 사망한 날의 보호자였던 점 등에 비춰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A씨를 마구잡이로 폭행해 죽게 한 관장 김씨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돼 올 2월 1심에서 징역 4년 6월을 선고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