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가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우고 떠나는 바람에 술을 마신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았다면 유죄일까요, 무죄일까요?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기 때문에 죄가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박유영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2013년 겨울 새벽, 술을 마신 43살 송 모 씨는 대리운전을 이용하다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송 씨와 대리기사는 어떤 길로 갈 지를 놓고 실랑이를 계속했고,
기사는 급기야 편도 3차로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운 채 운전을 거부했습니다.
송 씨는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달라고 여러번 요구했지만, 기사는 오히려 '손님이 차키를 빼앗아 도로에 서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후 기사는 차에서 내려버렸고, 송 씨는 10m 정도 직접 운전해 갓길로 차량을 옮겼습니다.
당시 송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59% 정도.
송 씨는 결국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유죄로 보고 벌금 150만 원의 선고유예를 내렸지만, 항소심에서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차가 멈춘 곳은 계속 정차해 있으면 사고 위험이 큰 지점이었다"며 "사고 위험을 줄이려고 차를 이동시켰을 뿐 더 운전할 의사는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송 씨가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긴급피난을 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이런 조치로 사고에 따른 인명 피해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한 만큼, 예외적으로 무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MBN뉴스 박유영 입니다.
영상편집: 이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