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버린 프로포폴 재사용한 성형외과…환자 패혈증 사망

지방이식수술 도중 쓰고 버린 프로포폴을 다시 써 환자를 사망으로 몰고간 성형외과 의사와 간호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폐기함에 버려진 프로포폴(수면마취 유도제)을 재사용해 환자들을 패혈성 쇼크 등으로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중과실치사상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로 성형외과 의사 정 모씨(37)와 간호사 장 모씨(27)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월26일 강남구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지방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내원한 김 모씨(29·여)에게 폐기함에 버려진 프로포폴 액을 주사기로 뽑아 재사용하다가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있다. 수술 직후 박테리아에 감염된 김씨는 고열과 저혈압을 동반한 이상 증세를 호소하다가 인근 대학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후 패혈성 쇼크로 인한 다기관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패혈성 쇼크는 박테리아에 의한 혈액 감염으로 주요 장기에 혈액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쇼크다.
조사 결과 이들은 사고 발생 전인 같은 달 23일에도 중국인 관광객 곽 모씨(20·여)에게 프로포폴을 재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곽씨 역시 고열 등의 이상증세가 나타나 병원에 이송됐지만 다행히 경과가 호전돼 퇴원했다.
의사 정씨 등은 이상 증세를 보인 환자들을 대학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도 개인 승용차를 이용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응급구호 장비가 갖춰진 응급차량 대신 간호사 개인 승용차를 이용해 수액과 산소공급 등 기본적인 응급조치조차 취하지 않았고, 환자들 상태만 더욱 악화시킨 것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병원에 설치된 CCTV 영상과 의료차트 분석, 간호조무사의 진술 등을 통해 프로포폴 재사용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을 검거했다.
[김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