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집회 시위 관리 수단인 차벽(車壁) 앞에 완장을 찬 전문 안내요원들을 배치해 시민의 통행을 안내하기로 했다. 그동안 차벽이 시민의 통행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안내요원들은 당장 이번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 현장에 첫 투입된다.
13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14일 민주노총 등 53개 단체가 서울광장 등지에서 개최하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때 설치되는 차벽 앞에서 시민들의 통행로를 안내하는 경찰관 96명을 배치할 예정이다.
안내 요원들은 녹색 계열의 형광 조끼를 입고 여기에 더해 주황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통행 안내’라 쓰인 완장을 착용한다.
경찰은 올해 노동절(5월1일) 집회 때에도 차벽 앞에서 통행로를 안내하는 경찰관들을 배치한 적이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통행안내 요원들은 시민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서로 계열이 확연히 다른 형광색 조끼와 주황색 완장을 차게 했다”고 말했다.
14일 집회에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인 10만명이 참가하고 청와대 방면 행진도 예고됨에 따라 경찰은 일찌감치 차벽을 쓰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신고된 집회와 행진은 최대한 보장하되, 도로를 점거하고 청와대 방면으로 진출하려는 시도가 확인되면 차벽으로 저지선을 쳐 이동을 막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세종로사거리 앞에서 동서 방향으로 1차 차벽 저지선을 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안쪽으로도 2차, 3차 차벽을 설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벽은 대규모 집회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직접적인 충돌을 막는 수단으로 사용됐지만 집회와 무관한 시민의 통행권을 막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안내요원을 통해 시위대가 차벽에 직접 접근하지 않는 상황이면 일반 시민들이 목적지로 가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길을 터주되 시위대가 차벽에 직접 접촉하면 차벽으로 차단하는 이른바 ‘숨구멍’ 전술을 운용할 방침이다.
완장을 찬 안내 경찰관들은 차벽 주변뿐만 아니라 서울광장, 동화면세점, 청계광장, 서울파이낸스센터, 일민미술관 등 주요
이날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등 서울시내 12개 대학에서 논술·면접고사가 치러질 예정이어서 경찰은 대학 주변에 교통경찰관 150여명을 배치하고 학교 인근 지하철역에 사이드카 등을 투입, 수험생들의 이동을 도울 예정이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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