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홀로 귀국해 무속인 된 부인의 이혼청구 허용

남편과 자녀를 외국에 남겨둔 채 무속인이 된 부인의 이혼청구를 대법원이 받아들였다. 부인이 가정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하지 못한 배우자에게도 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이혼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에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부부는 1998년 세 자녀를 데리고 외국으로 이민을 간 뒤, 2004년 A씨만 홀로 귀국해 신내림을 받고 무속인이 됐다. 10년 가까이 가족과 떨어져 지낸 A씨는 2012년 이혼소송을 냈다.
1·2심은 남편이 세 자녀를 키우는 동안 평범한 가정생활을 포기한 A씨의 잘못이 크다고 보고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남편이 부인을 직접 설득해 가정으로 복귀하도록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정황도 여럿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혼인생활의 장애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은 남편에게도 파탄의 책임이 있다”며 “부인의 책임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