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사 통과 차량을 검문검색하는 경찰들 [매경DB] |
국민의 반응은 확연히 달랐다.
10일 조계종의 회유로 결국 자진퇴거를 결정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결말은 13년 전 조계사 상황과 비교해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 2002년 경찰은 조계사에 은신한 발전노조 조합원들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이 불교계 심장부에 진입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반면 이번 ‘한상균 사태’에서 국민은 정당한 법집행을 거부하며 ‘버티기’로 일관한 한상균 위원장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나타내며 오히려 정부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모습이었다.
13년의 시차를 두고 이처럼 판이하게 상황이 전개된 배경에 대해 사회·경제 전문가들은 △은신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은신자에 대한 불신감 △경제 위기감이 복합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2002년 3월 당시 경찰은 조계종 법당까지 들어가 발전산업노조원 150명을 연행했다. 법집행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이번 한상균 사태와 다르지 않지만 당시에는 은신 열흘 여만에 토끼몰이 식으로 경찰 진압 이 이뤄지면서 국민적 반발이 컸다. 이 때문에 종로경찰서장과 직원들이 조계사 대웅전을 찾아 108배를 올리며 불교계에 사죄를 하는 등 경찰은 한동안 곤욕을 치러야 했다.
반면 이번 한상균 사태는30일에 가까운 은신 장기화 여파와 함께 12월 6일 제2차 민중 총궐기 집회가 마무리되면 자진퇴거하겠다는 한 위원장이 스스로 말을 뒤엎는 행태를 보이면서 국민적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여기에 폭력 불법 집회를 야기한 ‘부적격’ 은신자라는 불신감까지 더해지면서 은신 기간 내내 조계사 신도들로부터 퇴거 압박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국가 경제의 척추에 해당하는 해운·조선·건설·철강 등 기간산업이 휘청이는 전방위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이 민노총 위원장의 도피 행각에 호락호락할 수 없었다고 진단한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 중소기업에까지 위기가 전이되고 있는 것을 국민이 일터와 생활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며 “이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에너지만 소모하는 강경 투쟁에 기울일 국민적 관심과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한 위원장이 조계사 일주문을 나서면서 경찰에 연행될 때까지 조계사 주변에서 경찰을 규탄하는 이는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일부 시민단체 회원뿐이었다. 관음전을 나선 한 위원장은 오른 손에 염주를 말아쥔 채 시종일관 결연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는 조계종 종무원 200여명이 손을 잡고 길게 늘어뜨린 ‘인간 띠’ 사이로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과 나란히 관음전 건물을 빠져나왔다.
생명평화법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한 위원장은 흰 글씨로 ‘비정규직 철폐’라고 쓴 검은색 머리띠를 두르고 최후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개악을 막겠다며 투쟁하고 있는 것이 지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1급 수배자 한상균의 실질적인 죄명이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나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민주노총은 노동재앙, 국민대재앙을 불러올 노동개악을 막기 위해 2000만 노동자의 생존을 걸고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9시께 “오늘 한 위원장은 다시 싸우러 나간다. 조계사 관음전을 나서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노동개악 투쟁의 다짐”이라며 16일 총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한 위원장이 일
[백상경 기자 / 강영운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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