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나는 ‘내부자들’…거물 증권사범 연이은 보석석방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거물급 증권사범들이 연달아 보석 신청을 통해 풀려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위현석)는 횡령 배임, 허위공시, 증거은닉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 중인 김영준 이화전기공업 회장이 지난달 31일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7일 밝혔다. 보석이란 구속된 피의자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적다고 판단될 때 법원이 보증금을 받고 석방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지난달 28일 김 회장이 신청한 보석 심리에서 “이화전기와 계열사 등 회사를 정상화해야 할 책임이 있고, 이미 증거가 다 수집되어서 증거를 없애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김 회장측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회장이 지난 2015년 10월 구속되기 직전까지 3개월간 도피 행각을 벌인 점, 검찰 수사 당시 직원 등을 통해 증거 자료를 은닉하도록 지시한 점을 들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보석에 반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회장은 증권 범죄로 여러 차례 기소됐고, 총 5년 6개월 간 복역한 ‘거물급’ 기업사냥꾼으로 통한다. 김 회장은 지난 2001년 이용호 전 G&G그룹 회장이 주가를 조작해 시세차익 수백억원을 챙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5년 4월에는 (주)쌍방울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전 회장 김모씨의 보석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이 받아들였다. 김씨는 2014년 5월 서울남부지검에 의해 구속 기소돼 수감된 지 1년 만에 풀려났다.
전북지역 폭력조직 출신으로 알려진 김씨는 2010년 쌍방울을 인수한 뒤 회사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았다. 김씨에 대한 보석 심리 당시에도 검찰은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법원은 보석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 수사에서도 그의 불법 행위 의혹은 계속됐다. 지난 2015년 6월 12일 서울중앙지검은 그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불법 대부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등으로 2013년 9월 구속 기소됐던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도 2014년 초 보석으로 석방돼 재판을 받았다. 라 회장은 지난해 11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서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