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에서 백골 상태의 여중생 시신이 자신의 방에 방치된 채 발견됐다.
피의자는 이번에도 아버지였다. 지난 달 한 장기결석 초등학생이 아버지에게 맞아 숨진 뒤 시신까지 유기됐던 사건이 3년 만에 밝혀진 가운데 또 한 번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사망한 여중생은 약 1년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 당국은 시신이 발견되기 직전까지 수사 의뢰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경찰청과 경기 부천 소사경찰서는 아동복지특례법 상 아동학대 치사 등의 혐의로 아버지인 목사 이 모씨(47)와 계모 백 모씨(40)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해 3월 17일 부천 소사구 소사본동 자신의 집에서 중학교 1학년인 딸 이 모씨(사망당시 13세)를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작은 방에 1년 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딸의 시신을 이불로 덮어두고 냄새가 나면 방향제를 뿌려가며 방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딸이 사망한 당일 저녁에 훈계를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죽어 있어서 이불로 덮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이양이 사망한 지 보름 가량이 지난 지난해 3월 31일 “딸이 가출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장기 미 귀가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이씨 부부가 가출한 딸을 찾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주변인을 수사하다가 이양의 친구에게 “친구와 잠을 잔 적이 있는데 몸에서 멍자국이 있더라”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양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이씨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이불에 덮인 미이라 상태의 이양 시신을 확인했다.
이씨는 국내 유명 신학대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을 다녀와 박사 학위까지 소지한 유망한 목사로 확인됐다. 부천 소재 한 교회의 담임목사인 그는 모교에서 겸임교수로 근무하며 다양한 학술·기독교단체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로는 고등학생인 첫째 아들 등 1남 2녀를 두었으며 첫째 딸은 현재 독일 유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사건 정황을 조사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양의 시신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망 시기 등을 밝혀낼 계획이다.
교육당국은 최근 인천과 부천의 초등학생 학대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아동 관리체계의 허점을 또다시 노출했다.
지난해 3월 중학교에 입학한 이양은 그달 12일부터 계속 결석했던 것으로 학교측은 파악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양이) 계속 결석하자 담임교사가 1~2일 간격으로 아버지에게 전화했지만 태연하게 ‘딸이 가출했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이양의 집에 지난해 3월 23일, 3월 30일, 6월 9일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출석독려서를 우편발송하고 이후 6월 30일 이양을 ‘정원외’로 분류했다. 무단결석 일수가 90일을 넘겨 정원외에 포함되면 사실상 별다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해당 학생이 3개월 이상 장기결석해 ‘정원외’ 상태였던 것 같다”며 “경기교육청 산하 부천교육지원청이 지난 1월에야 관련
정부는 지난해말 인천에서 11살 여아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자 뒤늦게 장기결석 중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이달부터는 초·중등학교 미취학 아동과 중학교 장기결석 학생에게까지 조사대상을 넓힌 상태다.
[강봉진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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