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즐거워야 할 설 명절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찾아 주지 않는 자신의 신세를 아들이 닮을까 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합니다.
강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경남 창녕의 한 시골마을.
허름한 주택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고 안으로는 옷가지가 어지러이 널려 있습니다.
49살 이 모 씨가 9살 난 아들과 함께 살던 집인데, 설 당일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 스탠딩 : 강진우 / 기자
- "설 명절을 처음으로 아들과 함께 자신의 집에서 보내던 이 씨는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든 아들의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손으로 입을 막은 겁니다.
이런 극단적 선택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아내와 이혼한 뒤, 같이 살던 어머니마저 병원에 입원하자, 외롭게 명절을 보내는 현실이 싫었던 겁니다.
▶ 인터뷰 : 서정민 / 경남 창녕경찰서 수사과장
- "직업이 없고 병원 치료를 받아오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기 아들도 자기처럼 살게 될까 봐…."
어긋난 부정이, 자신의 전부였던 아들과의 영원한 이별을 만들었습니다.
▶ 인터뷰 : 마을 주민
- "'아빠!'하고 부르면 뛰어가서 같이 공도 차면서 놀고 자기 애한테는 참 잘했는데 아버지가 그렇게 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가네."
경찰은, 이 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정확한 살해 이유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MBN 뉴스 강진우입니다.
영상취재: 진은석 기자
영상편집: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