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국제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여전히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소두증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해 전세계가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최근 아르헨티나의 한 의료단체가 모기 살충제가 소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더해지고 있다.
이 논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테크타임즈라는 매체가 아르헨티나에 기반을 둔 ‘농작물에 농약이 살포된 마을들의 의사들(Physicians in Crop-Sprayed Towns)’이란 단체의 보고서 주장을 인용하면서 시작됐다. 이 단체는 ‘피리프록시펜’이라는 살충제를 소두증 아기 임신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단체는 보고서를 통해 브라질에서 소두증 증상이 나타난 아이들을 조사한 결과 모기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서 해당 살충제를 뿌린 지역에서 식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브라질 소두증 사례의 35%가 발생한 페르남부코는 브라질 보건부가 이 물질을 저수지에 살포한 지역 중 하나다. 브라질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2월 현재까지 보고된 소두증 의심 환자는 5079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46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반면, 콜롬비아 등 주변국의 경우 지카바이러스가 크게 번졌지만 소두증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이 단체 주장의 핵심이다. 최근 브라질 리오그란데도술 주정부는 이 주장에 따라 이 살충제의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적인 종자 업체인 몬산토의 계열사인 일본 스미토모화학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몬산토는 곧바로 이 주장을 반박했다. 몬산토는 스미토모화학을 소유하고 있지 않고, 1997년 업무상 파트너 관계를 맺었을 뿐이라고 밝히면서 “몬산토는 피리프록시펜을 제조하거나 팔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부분 학자들도 이 약의 호르몬 성분은 포유류에게 저독성이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브라질 중앙 정부도 이 물질이 소두증을 일으킨다는 어떤 과학적 증거도 없다며 아르헨티나 의사단체의 주장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관련 내용이 SNS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체내 지속 기간에 대한 정보 부족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지카 바이러스가 고환과 태반, 뇌 등 면역체계가 미치기 어려운 장기에 잠복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정액 속에 바이러스가 얼마나 오랜 시간 남아있는지, 성관계를 통해 이 바이러스가 전염되는지 등을 아직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CDC 대변인은 “남성에 관해 알려진바 없다”며 “가능한 빨리 정액속 지속여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다보니 국내에서도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환자에 대한 격리여부도 각국 정부마다 제각각이다. 최근 환자가 발생한 중국, 러시아 등은 격리 치료를 택했지만 우리나라 방역당국은 환자가 발생해도 격리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는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모기 방제 대책을 발표했다. 본부는 감염증을 매개한다고 알려진 흰줄숲모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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