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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100년, 전체가 박물관이자 우리 인권의 역사죠"

기사입력 2016-02-2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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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철 소록도병원 원장<br />
↑ 박형철 소록도병원 원장
“메르스 사태 때 의료진 자녀들이 감염자 취급을 받으며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한센병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많이 사라졌지만, 새로운 질병이 등장할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됩니다. 소록도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죠.”
박형철 국립소록도병원 원장(55)은 바쁘다. 올해가 소록도병원 100주년이기 때문이다. 5월에 있을 기념식을 비롯해 소록도 100년사 편찬, 한센 역사자료 전시관 건립, 학술포럼 개최까지 다양한 10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각계각층 인사와 전문가를 만나고 있다. 박 원장은 “출장 때마다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을까 싶어 지역 전시관 등을 유심히 살핀다”고 말했다.
“100년의 시간은 의료사(史)를 넘어 대한민국의 사회, 문화, 인권사로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들을 담아낼 수 있는 10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현업에 열중하면서 밤늦게까지 기념사업 일에도 열심인 직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합니다.”
전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의학 박사와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은 박 원장이 2007년 28대 국립소록도병원장으로 취임한 지 올해로 9년째다. 11년 9개월 재직한 22대 전임 병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재임 기간이다. 그는 “이렇게 오래 병원장직을 맡게 될 줄은 몰랐다”며 “큰 행사를 앞두고 감회보다는 책임감이 무겁다”고 했다.
5월엔 소록도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40여 년간 소록도에 머물며 한센인을 돌봤던 ‘큰 할매’ 마리안느 스퇴거 수녀(82)가 그 주인공이다. 박 원장은 “100주년 기념식에 ‘작은 할매’ 마가렛 수녀님도 초청했지만, 건강이 여의치 않다”며 “(방한이) 100% 확정된 건 아니지만 최대한 편안히 한국서 지내다 가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두 분 모두 사람들에게 부담주기 싫어 편지 한 통만 남기고 홀연히 한국을 떠났지만, 고향이나 다름없는 소록도를 많이 그리워한다고 들었습니다.”
소록도에 머물고 있는 주민 550명 중 한센병 환자는 9명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과거 병력이 있는 완치자다. 박 원장은 “주민 평균 연령이 73세다. 지금 계신 분들 중에는 완치 이후에도 후유장애와 노환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과거 사회적인 차별과 격리로 인해 평생을 소록도서 살아오신 분들이라 이곳에서 계속 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2009년 소록대교 개통으로 육지에서 소록도까지 차로 오갈 수 있게 됐지만 아직 심리적 거리감은 남아있다. 박 원장은 “지금도 소록도까지 배타고 얼마나 가야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서도 “자원 봉사자가 해마다 4000명 정도 소록도를 찾는다. 편견이 없어지고 있는 걸 실감한다”고 했다.
격리와 단절의 공간이었던 소록도는 그 시절의 아픔을 간직한 일제 근대 건축물들을 새로운 소통의 수단으로 삼았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함께 원형 그대로 보존된 건축물과 사료들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는 것. 박 원장은 “이준익 감독의 새 영화 ‘동주’ 일부도 소록도에서 촬영했다. 며칠 전 병원에서 감독과 배우, 주민들이 함께하는 시사회를 열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고 했다.
“지금 전시관 건립을 하고 있지만, 결국 소록도 전체가 박물관입니다. 건물마다, 장소마다 아픈 역사와 메시지가 담겨 있거든요. 기념물로 보존하고, 더

나아가 국내외 예술가들과 협업해 역사적 교훈의 장으로 남기려고 합니다.”
100주년이란 방점을 찍은 국립소록도병원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박 원장은 “소록도병원의 최우선 목표는 주민들의 건강과 복지”라며 “그 이후에 소록도병원을 어떤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것인지는 더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홍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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