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관리> 삽니다. 1학점 당 10만원해서 30만원 드리겠습니다. 파실 분은 카톡으로 연락주세요.”
원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수 십만원의 ‘웃돈’을 내야 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캠퍼스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대학들이 수강신청 정정기간에 돌입하자 원하는 과목을 등록하지 못한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강의 사고팔기’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강의 사고팔기’는 수강신청 대란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신청하지 못한 학생들이 해당 강의를 갖고 있는 학생에게 돈을 주고 강의를 넘겨받는 행태를 말한다. 특정 강의를 원하는 학생이 대학별 온라인 커뮤니티나 시간표 작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 등에 자신의 연락처를 올리고 거래 상대를 찾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때 거래되는 강의들은 통상 ’교양‘이냐 ’전공필수‘냐에 따라 한 과목당 10만원에서 30만원을 웃도는 가격으로 팔린다.
실제로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이 수강신청 정정기간에 돌입한 지난 2일을 기점으로 대학별 온라인 커뮤니티나 시간표 작성 커뮤니티인 ‘타임테이블’ 등에는 “강의를 사고 싶다”는 글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게시판 4개 페이지가 모두 ‘강의 매매’관련 글로 채워졌을 정도다.
대학에서 ‘강의 사고팔기’가 성행하는 기본적 원인은 강좌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모 사립대에서 A모 씨(24·경영학과)는 “재학생 수에 비해 전공필수 과목 강좌 수가 턱없이 적다”며 “수요에 맞게 충분한 수의 강좌가 제공되지 않는 한 학생들 간 강의매매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전공과목을 수강하지 못한 학생들은 자칫 졸업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강박감으로 더욱 더 ‘강의 사고팔기’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선착순’ 중심의 수강신청 시스템도 ‘강의 사고팔기’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선착순 시스템은 학생 개개인의 학업 성향까지 반영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특정 강좌를 꼭 필요로 하는 학생이더라도 해당 강좌를 수강하지 못할 수 있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최근 연세대는 ‘수강신청 마일리지제’를 도입했다. 선호 과목에 마일리지를 높게 배분하면 수강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대학들이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학생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있다. 국내 유명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하는 B모 씨(27)는 “매학기 400만원 가까운 돈을 등록금으로 내면서 내가 듣고 싶은 강의를 듣기 위해 또 돈을 써야 하
반면 한 대학 교무처 관계자는 “‘강의 매매’에 근본적으로 대처하려면 교원을 확충하고 강좌 수를 늘리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이마저도 막대한 재정 부담 등으로 인해 쉽게 강좌 수를 늘리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정슬기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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