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한양정형외과병원에 다녀간 1만6000명의 환자 중 10%에 해당하는 1500~1600명이 자가혈주사(PRP) 시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C형 간염에 감염된 환자 대부분이 PRP시술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의료계에서 PRP시술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제 2의 원주 사건을 막기 위해 보건당국이 PRP시술에 대한 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발생한 C형 간염 감염 환자들의 역학조사 결과와 병원의 진료기록을 대조한 결과, 진료기록지에 P로 표기된 환자들이 C형 간염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P는 사실상 불법인 치료목적으로 PRP 시술을 받은 환자를 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질병관리본부는 병원 내 CCTV 와 정밀역학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이번주 내 C형 간염 집단 발생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PRP시술은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로 추출한후 혈소판을 뽑아내 환자의 아픈 부위에 재주사하는 시술이다. 혈액을 층별로 분리하면 세포 성분인 혈장과 혈구로 구분되는데 혈구는 세포가 아닌 성분이며 노란색을 띤다. 혈소판이 풍부한 혈장은 혈구와 혈장 사이에 존재한다. 이를 추출해 무릎 처럼 아픈 부위에 주사하면 조직이 재생된다는 원리다.
PRP 시술은 연구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치료 목적으로 사용한후 치료비를 받으면 안된다. PRP는 현행 건강보험에서 급여 또는 비급여 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항목이기 때문이다. 즉 환자에게 별도의 비용을 부담시킬 수 없는 항목이란 뜻이다. 이에 따라 C형 간염 감염자 뿐 아니라 PRP시술을 받은 모든 환자들의 치료비도 병원이 돌려줘야 한다.
특히 대법원은 지난달 PRP 시술과 다른 시술을 함께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치료비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치료용으로 PRP시술을 하고 치료비를 받는 행위는 더 어려워진 상태다. 국민건강보험평가원 관계자는 “PRP는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론 별도의 비용도 부담시킬 수 없는 항목”이라며 “환자들은 진료비반환처분 취소 등을 통해 진료비를 돌려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실시하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심의에서는 아직까지 안전성· 유효성에 대해 검증되지 않았지만 2014년 10월부터 3년간 차의과대 분당차병원 정형외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조선대병원 정형외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등 5곳에만 연구용으로만 허용했다.
하지만 원주 한양정형외과는 이를 처치하고 5만원~15만원의 치료비를 환자들에게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주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C형 간염 피해자 A씨는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15만원 정도의 치료비를 냈다”며 “PRP 주사를 여러번 맞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른 정형외과나 치과 등에서도 PRP 시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치과에서는 임플란트 치료용으로 PRP 시술을 한번에 50만원 이상의 가격에 시술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용 성형 분야에서만 PRP주사를 활용할 경우 이런 법적인 처분에서도 완전히 벗어나 있다. 미용 성형의 경우 의사의 재량에 따라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거나 대응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원주 사건에서 PRP 시술시 국소마취제로 사용하는 리도카인(Lidocaine)을 섞어 사용하면서 실수로 혈액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사기 등을 재사용 하지 않더라도 PRP 시술의 순서가 뒤바뀌면서 다른 병원에서도 같은 경로로 혈액을 통한 감염이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보건당국이 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원주보건소에는 한양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았던 환자들이 하루 400여명이 찾아와 C형 간염을 포함한 혈액 관련 감염병 검사를 받고 있다. 아직 이 병원을 이용한 환자 중 3000명에게는 검사를 위한 알림장도 발송하지 못한 상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급여나 비급여에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신기술의료평가에서 그 용법 등이 증명되지 않았을 뿐 효과가 아예 없다고도 볼 수는 없다”며 “PRP 시술에 대한 현장 조사 등을 검토했지만 PRP시술을 하는 병원들이 많지 않아 당장 조사를 진행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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