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이도 ‘죄인’처럼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있다. 사회의 왜곡된 시선 탓에 마음의 상처는 더 깊어간다. 바로 성폭력 피해자들이다.
이처럼 한국사회에 음지로 숨는 성범죄 피해자를 껴안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곳이 있다. 지난 2004년 첫 발을 딛은 ‘해바라기센터’는 10여년이 지난 지금 전국 34개소에서 한 해 2만8487명의 피해자들의 재활을 도왔다.
센터에 근무하는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들이 전방위적으로 피해자를 돕고 있다. 의료진이 피해자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성 경찰관의 빈틈 없는 수사는 피해자의 인권을 헤아리며 가해자 검거에도 한 치의 오차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센터 직원들은 심리치료를 진행 피해자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엄마’이자 ‘보디가드’다. 피해자에게 필요한 서류작업과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영략없는 개인비서다. 친족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제주 올레 걷기 축제 참가를 독려하는 등 피해자 내면을 보듬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재활에 성공해 해바라기처럼 활짝 꽃을 피운 피해자들은 센터에서 동병상련의 다른 피해여성들이 새로운 꽃을 틔울 수 있도록 ‘비료’ 역할을 자처한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10년간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박연수 씨(가명)는 센터에서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약 3년전부터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와 비슷한 피해를 입은 소녀들을 위해 직접 손을 걷어 붙이고 나선 것. 그녀의 재기에 힘입은 박양의 어머니 김수미 씨(가명)도 센터 도우미로 활약 중이다.
친족 성폭행의 피해자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상처도 무척이나 크다는 점에서 김씨 역시 센터에 찾아온 피해자 가족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하고 있단다. 누구보다 피해자의 아픔을 잘 이해하는 박씨와 그의 어머니 김씨 덕분에 재활에 성공한 피해자도 상당수다.
서울해바라기센터 관계자는 “처음 왔을 때 친부(가해자)의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던 박양이 지금은 센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재 중의 인재가 됐다”고 전했다. 영화감독과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꿈인 박양은 “앞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악몽에서 깨어나 자신의 꿈을 찾는 진정한 ‘해바라기’가 될 수 있게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성폭행 피해자 파수꾼을 자처하는 해바라기 센터에서 외국인 피해자나 남성 등 소수 피해자들을 외면할 순 없는 일. 외국인 성폭행 피해자 보듬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타국에서 성폭행 당한 피해 여성들을 위해 전문적인 영어 상담 서비스를 제공 피해구제에 힘쓴 덕에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본국으로 귀국할 시 ‘명예살인’의 위험이 있는 중동 출신 성폭행 피해자 여성들의 난민신청을 돕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닐만큼 열성적이다.
해바라기 센터는 음지에 숨어있는 성폭행 피해자 여성을 위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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