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수 있는 넓은 어깨와 구릿빛 피부를 가진 ‘짐승남 스타일’을 선호하는 A(24)씨는 소개팅 상대를 만나고 남몰래 한숨을 삼켰다. 하얀피부에 자신보다도 어깨가 좁아보이는 정반대의 남자를 소개해준 주선자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 친구에게 한 마디하고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생각에 자리를 지켰다. 이후 연락이 와도 단칼에 잘라버리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A씨는 “오늘 재미있었어요. 주말에 영화어때요?”라는 상대방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네~”라고 답했다. A씨는 속으로 “이건 뭐지?”라고 갸우뚱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와 반복적으로 만나서 데이트를 하는 이유는 오로지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라고 설명한 과학적 연구결과가 나왔다.
빅데이터 기반 감정분석전문 스타트업 스캐터랩의 연애의 과학팀은 최근 ‘싫은 사람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토론토대학 심리학과 사만다 조엘 박사의 연구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조엘 박사는 싱글남녀 99명을 모집한 후 각 사람에게 각자 자신의 이상형을 구체적으로 적게끔 했다. 이후 조엘 박사는 일부러 참가자들이 적은 이상형과는 정반대인 상대의 프로필을 건내며 만나보기를 권했다. 키작고 귀여운 스타일을 선호하는 남성에게 키가 크코 섹시한 여성을 소개해주고, 활동적인 남자를 좋아하는 여성에게는 학구적인 조용한 남성을 소개해주는 식이다.
조엘 박사는 이상형과 정반대의 사람을 소개받은 실험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차이를 줬다. 한 그룹에겐 상대방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는 상황을 ‘단순 상상해보라’고 했고, 다른 그룹에겐 상대방이 당신과의 데이트를 원해 ‘지금 근처에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룹들에 차이를 준 이유는 상황별 마음에 안드는 상대방을 거절하는 방식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다.
분석결과 상대에 대해 상상만 한 그룹은 전체의 46%가 상대에게 번호를 주겠다고 답했다. 반면 주변에서 상대방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그룹은 절반이 넘는 74%가 연락처를 넘겼다.
해당 결과에 대해 조엘 박사는 “상대방이 지금 당장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면 당장 자신을 기다리는 그 사람을 실망시키기 싫은 마음에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번호를 넘겨준 사람들에게 이상형과 다른 사람임에도 연락처를 알려준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니 대부분 ‘또 다른 장점이 있는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조엘 박사는 해당 답변에 대해 “미안함에 거절을 못했지만 스스로는
해당 연구를 소개한 연애의 과학팀은 “혹시나 상대방에게 상처주기 싫어서 무의미한 관계를 계속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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