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마음 돌리려 '자해'…강도당했다고 꾸며

↑ 사건 현장/ 사진=연합뉴스

변심한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리려고 강도를 당한 것처럼 꾸며 112에 신고한 철없는 20대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김모(22)씨는 한 달 전부터 사귀던 여자친구가 갑자기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결별을 통보하자 황당한 일을 계획했습니다.

강도를 당한 것처럼 꾸미면 동정심에 여자친구가 다시 사귀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김씨는 10일 오전 5시30분께 여자친구 집이 있는 서대문구의 주택가에서 흉기로 자신의 배 왼쪽을 찔렀습니다.

피를 흘리며 인근 편의점으로 들어가 쓰러진 김씨는 "강도가 칼로 배를 찌르고 도망갔다"며 종업원이 112에 신고를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새벽에 강력범죄 신고를 접수한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순찰차 24대가 서대문 일대에 배치됐고 경관 54명이 범인을 찾으려고 수색을 벌였습니다.

김씨는 세브란스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고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습니다. 모든 것이 그가 계획한 '쇼'라는 사실이 드러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배 상처 모양은 일반 강도 사건처럼 푹 찔린 게 아닌 베인 것이었습니다. 자해할 때 나타나는 '주저흔'도 발견됐습니다.

결정적으로 김씨 옷에 칼에 뚫린 구멍이 없었습니다. 김씨는 "더워서 윗도리를 올리고 있었는데 마침 그 때 강도가 나타나 칼로 찔렀다"고 이해하기 힘든 진술을 했습니다.

계속된 추궁에 "사실은 강도가 아니라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는 등 횡설수설하던 김씨는 경관이 그의 휴대전화를 들이대자 모두 실토했습니다.

상처를 찍은 사진을 여자친구에게 보낸 기록이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서대문경찰서는 김씨가 조사 과정에서 범인의 인상착의를 매우 자세히 설명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 신고는 경찰의 도움이 절실한 누군가가 '골든타임'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특히 김씨처럼 긴급한 신고가 집중되는 심야·새벽 시간대에 허위 신고를 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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