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바이러스 세 번째 감염자 '무증상' 이었던 이유
↑ 지카바이러스 세 번째 감염자/사진=연합뉴스 |
29일 한국인 세번째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된 B(21)씨는 감염은 됐지만 증상은 나타나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입니다.
방역 당국은 이에 따라 B씨를 감염자로는 분류하되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만큼 '환자'로는 분류하지 않았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지카바이러스 진단검사지침 역시 검사에서 감염된 것으로 판정받고 동시에 임상 증상까지 나타나는 경우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의 '환자'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임상 증상은 발진이 관절통·관절염, 근육통, 비화농성 결막염·결막충혈 중 하나 이상과 같이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B씨의 경우 증상은 나타나지 않아 원칙적으로 유전자 검사 대상이 아니지만, 한국인 2번째 환자인 동생 A(20) 씨와 함께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까닭에 검사를 받았습니다.
혈액, 소변, 타액(침)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는데, 혈액은 음성이지만 소변과 타액은 양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B씨처럼 지카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여러 유전자 검사 중 일부는 양성이, 일부는 음성이 나온 것은 흔히 나타나는 경향입니다.
지카바이러스는 혈액을 거쳐 장기로 퍼졌다가 생식기관에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는 혈액보다 소변에서 1주일 이상 더 길게 검출됩니다. B씨의 경우 혈액은 감염 상태는 벗어났지만 생식기나 침샘에는 바이러스가 남아있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방역당국은 바이러스가 초반에만 나타나는 혈액 유전자 검사나 정확성이 떨어지는 타액 유전자 검사보다는 소변을 통한 유전자 검사 결과를 감염여부 진단 과정에서 더 신뢰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처음 무증상 감염자가 나온 것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사람 중 80%는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로 알려졌습니다.
B씨와 동생 A씨의 동선이 상당부분 겹쳤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A씨와 달리 B씨에게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질본 관계자는 "건강한 정도, 성별, 연령과 지카바이러스 감염자의 증상 발현 여부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는 없다"며 "바이러스가 침투할 때 개인별로 면역체계가 작동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 증상 발현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상 바이러스성 질환에서 무증상 감염자는 바이러스 전파력이 약한 것으로 분류되지만,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해서 무증상 감염자와 증상이 있는 환자 사이의 전염력의 차이를 명확히 밝혀낸 연구 결과는 아직 없습니다.
따라서 B씨가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유증상 감염자와 마찬가지로 확진 후 ▲ 1달 동안 헌혈 금지 ▲ 6개월간 콘돔 사용 권고 등 방역 당국의 지침을 지켜야 합니다. 유증상 감염자와 마찬가지로 격리되지 않으며 평소와 같이 자택에서 생활하거나 직장에서 업무를 봐도 됩니다.
문제는 B씨 같은 무증상 감염자는 방역망에서 포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증상이 없으니 병원에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검역 과정에서도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야 한
성정준 대한신경과학회 학술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검역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무증상 환자들도 국내 지카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며 "지카의 국내 유입 현황을 알려면 유행지역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표본 조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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