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법조로비' 브로커 이민희 씨 체포…과시형 마당발 로비스트
↑ 브로커 이민희/사진=연합뉴스 |
20일 검찰에 전격 체포된 이민희(56)씨는 활동 영역이나 행태 등에서 전형적인 브로커의 성격을 띱니다.
21일 검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씨가 지금까지 몸담은 곳은 대형 호텔, 환경정화업체, 특수장비차량 제조업체, 건설업체 등 다양합니다. 이씨는 대외적으로 부회장이나 고문 직함을 달고 활동했습니다. 회사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주로 정부 관공서를 상대하는 '대관(對官)' 로비 업무를 맡았다고 합니다.
그는 2010년께부터 로비 영역을 정·관계, 법조계로 넓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안면을 트고 자주 접촉하던 때입니다.
정 대표가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인·허가 등 로비 업무를 맡을 사람이 필요했고 이씨를 적임자로 삼은 게 아니냐는 추론이 나옵니다.
실제로 이씨는 서울메트로 등을 상대로 역내 화장품 매장 인·허가 로비를 한다는 명목으로 정 대표에게서 9억원을 받은 의혹이 불거진 상태입니다.
이씨가 '법조 브로커'로 이름을 알리는 데에는 서울의 모 고교 1년 선배인 홍만표 변호사와의 친분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입니다. 홍 변호사 외에도 검사장 출신 S변호사 등 고교 인맥이 있지만 특히 홍 변호사와의 친분을 들먹이며 법조 인맥을 넓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대표에게 홍 변호사를 소개해 준 사람도 이씨입니다.
'특수통'으로 통하는 검사장 출신인 홍 변호사는 2013∼2014년 정 대표가 원정도박 혐의로 경찰·검찰의 수사를 받을 때 변호인을 맡았습니다. 홍 변호사는 검찰 재직시 고소·고발이 아닌 직접 범죄 첩보를 입수해 뛰어드는 인지 수사인 특수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내 대형 기획수사, 기업비리·공직부패 수사 등을 맡았습니다.
당시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정 대표를 송치했으나 검찰 단계에서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전관'인 홍 변호사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홍 변호사와 이씨는 2012년 상반기 국내 유수의 경영컨설팅 전문기관이 개설한 '최고경영자(CEO) 과정'에 등록해 함께 공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홍 변호사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 끝으로 검찰을 떠난 직후였습니다.
이미 이때부터 홍 변호사와 이씨의 관계는 상당히 돈독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1인당 2만9천달러(당시 환율로 약 2천900만원)에 달하던 수강료를 정 대표가 부담했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이씨가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7년 코스닥 상장업체에서 일하며 회삿돈 3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다 검찰청사에서 도주한 적도 있다습니. 얼마 지나지 않아 검거된 이씨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석방 마지노선' 형량인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고 석방됐습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씨가 전형적인 과시형 인물인 점에서 개인의 사기 행각도 밝혀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됩니다.
이씨는 한 가수의 동생에게 3억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은 혐의로 고소당하자 정부 부처 차관, 청와대 수석 등을 거론하며 위세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모두 이씨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에는 한 지방경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해당 지방경찰청장과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그와의 친분을 떠벌리고 다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지방경찰청장은 친분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2005년 법조 브로커 '윤상림씨 사건'의 경우 법조계 200∼300여명이 윤씨와 직·간접으로 연고가 있다는 설까지 나돌아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졌지만 이렇다 할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사례와 유사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이미 정운호 대표의 여러 비리 의혹이 어느 정도 실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데다 법조 로비를 위해 선임했던 최유정 변호사는 구속됐고, '군납 로비'를 했던 브로커 한모씨도 구속 기소된 만큼 과거 브로커 수사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가 훨씬 많습니다.
또 정 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이씨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그를 둘러싸고 제기된 모든 의혹의 사실 관계를 철저히 확인한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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