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L] 검찰, 옥시 신현우 전 대표에 ‘사기죄’도 적용한다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이하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68·구속)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관계자들에게 검찰이 ‘사기’ 혐의도 적용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옥시의 신 전 대표와 세퓨의 오 모 전 대표(40)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허위 광고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뿐만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도 기소할 방침이라고 25일 밝혔다. 이들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될 경우 ‘과실범’에 불과하지만, 사기죄까지 적용된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고의범’이 된다.
사기 피해액은 옥시 제품이 시중에서 팔리기 시작한 2000년 10월부터 회수 조치가 이뤄진 2011년 11월까지 10여년간 판매액으로 약 50억원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이 2000년 처음 출시될 당시부터 ‘인체에 무해하다’고 용기에 표기한 것은 일반적인 과장광고 수준을 넘어서는 기망행위(속이는 행위)라고 보고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2003년부터 ‘아이에게도 안심’이라고 기재한 것 역시 허위사실을 적시한 행위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옥시는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의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었는데 인체에 무해하다고 기재한 것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사기죄를 적극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안전성 검사를 건너뛴 이유에 대해서는 ‘무사안일이 부른 참극’이라고 표현했다. 신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주성분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으로 바꾼 뒤 2000년 11월~2001년 1월 미국·영국 연구소에 흡입 독성 실험 가능성까지 타진했지만 2001년 3월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의 인수를 전후로 이를 중단했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인수 직후 외국인 대표이사 F씨의 부임이 내정되고 연구소까지 통폐합되는 등 회사가 혼란에 빠지자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가 알아서 실험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손을 놓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F씨가 두 달 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신 전 대표가 복귀한 뒤에도 안전성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