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기강 문란 심각 수준…술 취한 기관사 대거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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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코레일의 기강 문란 실태에 관심이 쏠립니다. 최근 속출한 철도 탈선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 때문입니다.
열차 탈선은 올해 유난히 빈발했습니다. 2월 대구 시설작업 차량이 선로를 벗어난 것을 시작으로 무려 6건이나 발생했습니다.
4월 율촌역 무궁화호 탈선 당시 기관사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것을 제외하면 인명사고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동열차에 보통 수백 명이 탑승한다는 점에서 자칫하면 대형참사를 부를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올해 탈선사고 중 2건이 기관사 과실로 추정돼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는 주문도 많습니다.
술에 취한 기관사가 열차를 모는 사례가 매년 적발되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탓입니다.
홍순만 새 사장이 지난 10일 취임해 조직 전반을 다시 추스리고 있지만 해이한 근무기강을 바로잡는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 기관사 '음주 근무' 해마다 반복
직원들이 술을 마시고 열차에서 근무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습니다.
열차 안전을 책임진 기관사 음주가 가장 많습니다. 이런 기관사가 운행하는 열차에 타는 승객 안전은 매우 위태로워집니다. 고속으로 달리다 술기운을 이기지 못해 졸거나 기기를 잘못 만지면 사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KTX 열차에는 한꺼번에 최대 1천200명이 탑승합니다.
코레일이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기강 문란 실태를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2010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업무 전 음주로 76명이 들켰습니다.
기관사가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차량관리원 15명, 역무원 11명, 전동차 승무원과 여객전무, 전기원이 각각 6명이었습니다. 시설관리원 5명, 부기관사 3명, 관제사와 건축원 각각 2명, 로컬관제원 1명도 음주 근무가 적발됐습니다. 고속질주하는 열차를 운행하는 기관사부터 지상안전요원까지 술에 취해 일한 것입니다.
승객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기강 문란 행위인데도 징계는 '솜방망이'였습니다.
퇴직(3명), 해임(1명), 정직(4명), 감봉(9명) 등 중징계를 받은 직원은 17명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55명은 견책, 경고, 주의, 당일 업무배제 등으로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이 의원은 "승객 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맡은 기관사가 가장 많이 적발돼 코레일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며 "음주자 징계기준을 훨씬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 뇌물수수, 성희롱 등 비리도 속출
지난해 코레일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기강 문란뿐만 아니라 도덕적 해이도 심각합니다.
직원 A씨는 2011년 8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정기승차권 30장(1천359만원 상당)을 빼돌려 착복했습니다.
B씨는 협력업체에서 장기간 뇌물을 받다가 꼬리가 밟혔습니다. 2008년 4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철도차량 부품업체가 동생 유학비 4천750만원을 대도록 했다가 적발됐습니다.
절도 행각도 있었습니다.
C씨는 2012년 11월 무궁화 열차 객실에 들어가 145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쳤다가 들켰습니다.
휴대전화에 정신이 팔려 사고를 낸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기관사가 열차운전 중 카카오톡을 하다가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출발했다가 사고를 냈습니다.
코레일 측에 약자인 여성들에게 '갑질 성희롱'을 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 역사 편의점 여직원에게 외국 여성의 나체사진을 보여주고서 야한 농담을 한 직원이 있었으나 견책에 그쳤습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소용역 여직원에게 문자메시지 200여 통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폭행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금품수수와 위규 열차운전, 성희롱 등 코레일 비리와 기강해이가 근절되기는커녕 되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13년 88명에서 2014년 138명으로 36.2%나 증가했고, 지난해도 7월 말까지 105명 적발됐습니다.
유형별로는 직무태만이 114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열차 위규 운전 52명, 품위유지의무 위반 22명, 도박 17명, 음주 근무 24건입니다.
징계는 견책이 139명으로 42.0%를 차지했습니다. 그다음은 감봉 11
시민교통안전협회 김기복(62) 대표는 "올들어 지속됐던 코레일 사장 자리의 공석이 전반적인 기강해이로 이어진 것 같다"며 "코레일을 포함해 공기업 직원들의 근무기강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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