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시민들 포스트잇 추모…"생일 축하해"
↑ 구의역 추모/사진=연합뉴스 |
이틀 전 정비용역업체 직원 사망 사고가 일어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추모 포스트잇(접착식 메모지)을 붙이고 있습니다.
30일 오후 7시 현재 구의역 1·4번 출구쪽 대합실 내에는 흰색 테이블과 게시판, 포스트잇, 필기구 등이 설치돼 시민들이 포스트잇과 꽃 등으로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원래 이날 오전께 이틀 전 사고가 일어났던 내선순환 방면 9-4번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옆에 추모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메트로와 구의역 관계자들은 안전 문제를 고려해 아래층 개찰구 옆으로 추모 공간을 옮겼습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승강장에 추모 포스트잇이 계속 붙어 있으면 훼손될 수도 있고 안전 문제도 있다고 판단해 옮겼다"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사죄하는 마음으로 추모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후 4시30분께 10개가 채 되지 않았던 추모 포스트잇은 퇴근길 시민들이 줄지어 동참해 약 2시간 만에 30여 개로 불어났습니다. 포스트잇 아래쪽 테이블에는 꽃 10여송이가 쌓였습니다.
이곳 승강장에서 안전문 정비용역업체 직원 김모(19)씨는 28일 오후 5시57분께 정비 작업을 하다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경찰은 역무실·서울메트로 등 관리감독 부실 탓에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포스트잇 아래쪽 테이블에는 컵라면도 여러 개 놓여 눈길을 끌었다. 고인은 사망 당시 소지품이 정비도구와 컵라면 한 개뿐이어서 평소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음을 짐작케 해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시민들은 포스트잇에서 '아들 같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앞으론 컵라면 말구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등 저마다의 글귀로 고인의 넋을 달랬습니다.
'고인이 정규직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근로하고 있었겠느냐', '문제는 시스템이다. 외주화, 하청, 재하청…. 시스템이 매뉴얼을 지킬 수 없게 만들었다'며 사회 구조에 사고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그곳에선 평안하시길….'이라고 짤막한 글귀를 남긴 직장인 홍모(33·여)씨는 "사고 원인을 떠나 열아홉 살 청년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먹먹해 퇴근길에 들렀다"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김씨의 유가족 혹은 지인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야 미안해! 너무 힘들었지? 이제 편히 잠들어.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자!'라는 포스트잇도 눈
유가족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끝나기 전에는 고인의 장례식을 치르지 않을 생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생일 축하하고 고생 많이 했어. 편히 쉬어'라는 담담한 글귀도 시민들 고개를 떨구게 했습니다. 김씨는 사고 다음날인 29일이 생일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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