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공무원 추모 발길 이틀째…"1분만 늦게 왔더라면"
↑ 곡성 공무원/사진=연합뉴스 |
"1분만 늦게 왔더라면, 1m만 비켜 걸었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이 덮치는 불의의 사고로 숨진 전남 곡성군 공무원 양 모(38) 주무관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들의 자살 여파로 숨진 공무원 유가족에게 사과하기 위해 자살한 공시생의 가족도 자식이자 동생을 잃은 슬픔을 잠시 억누르고 빈소를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만삭의 아내와 5살 아들이 보는 앞에서 가장이 숨진 안타까운 사연에 지자체와 경찰이 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2일 전남 곡성군에 따르면 빈소가 마련된 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아파트에 20층에서 뛰어내렸다가 양 주무관을 덮쳐 숨지기 한 공시생의 아버지와 친형이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빈소 옆 가족 공간에서 양 주무관의 가족을 만나 "죄송합니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억누르고 다시 유가족을 마주하는 공시생의 가족과 날벼락 같은 사고로 한 집안의 가장을 잃은 공무원 가족의 불편한 만남은 보는 이들의 눈에 눈물이 맺히게 했습니다.
양 주무관의 유가족은 오는 3일 장례를 마치고, 공시생 가족을 정식으로 만나 공식적인 사과를 받을 예정입니다.
양 주무관의 유족은 "공시생의 가족도 어렵게 사는 것으로 안다"며 "그들도 가족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크겠느냐, 보상은 바라지도 않고 진심 어린 사과를 받으면 그걸로 됐다"고 말했다고 곡성군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빈소에는 이틀째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날 오전 양 주무관의 사고 소식을 듣고 자택에서 대성통곡했다는 유근기 곡성군수는 정례조례·직원교육 등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빈소를 지키고 있습니다.
빈소에는 국무총리,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보낸 조화와 전남도지사와 국회의원이 보낸 조기가 양 주무관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본인을 '곡성군에서 청소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장모씨는 "양 주사님 청천벽력에 이게 무슨 일입니까. 부모를 탓해야 할지 세상을 나무라야 할지 이것 밖에 드릴 말이 없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부조금 5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그는 청사 청소를 하며 언론기사 분석 등을 위해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양 주무관을 매일 봤다며 "참으로 성실한 청년이다"고 기억했습니다.
홍보업무를 함께 한 인연이 곡성 경찰서 여경도 '말 없고 성실한 사람'을 떠나보낸 안타까움을 빈소를 찾아 표했습니다.
양 주무관의 초임 근무지인 경기도의 한 기
양 주무관들의 동료인 600여명 곡성군 공직자도 모두 한달음에 달려와 양 주무관의 길을 배웅하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