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차량째 납치해 끌고 다니다가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김일곤(48)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이상윤 부장판사)는 3일 “김씨는 약한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여성이 자주 이용하는 시내 대형마트 주차장까지도 이제는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우리 사회 전체에 심한 불안감을 안겼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30년동안 전자위치추적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할 것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강도살인, 살인예비, 사체손괴, 절도 등 10개에 달하는 죄목을 열거하고서 “피고인과 변호인은 범행에 고의가 없었다고 진술하지만 법원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피고인은 이른바 영등포 폭행 사건을 보복할 때 살인 피해자가 협조해줬으면 죽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하지만, 죄 없고 약한 여성을 범죄에 이용하려는 자체가 정당화될 수 없고 살해까지 저질러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자신의 억울함만 토로하고 단 한 번도 피해자 유족이나 사회에 제대로 사죄한 적이 없다”면서 “피고인 범죄와 태도 전반을 고려했을 때 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중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다만 “피고인의 생명까지 반드시 박탈하기보다는, 피고인이 평생 잘못을 참회하면서 속죄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검찰 구형보다 낮은 무기징역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잔혹한 증오범죄를 저질렀고 양심의 가책이나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일부 진술을 회피해 아직 피해자 시체도 찾지 못했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이 시작되자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선 김씨는 판사의 허락을 받고 “나를 수사했던 남부지검 검사와 영등포경찰서 경관은 아직 본직에 남아있다면 죽은 여자분에 대한 예가 아니”라며 또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는 “내게 사형이 선고될 줄로 짐작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나를 모함하고 음해한 놈들의 양심은 얼마짜리냐”고 약 3분간 한숨을 섞어가며 말했다.
김씨는 자신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재판장을 향해 “그렇게 안팎으로 저를 모함하고 음해했으면 사형 주려고 했던 것 아니냐. 사형을 달라. 이 판단이 옳으냐”며 항의하다 법정에서 끌려나갔다.
재판을 방청하던 피해자 유족은 재판장이 김씨 범죄 사실을 세세히 열거하자 소리내 울기
김씨는 지난해 9월 9일 대낮에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모(당시 35·여)씨를 차량째 납치했다가 살해하고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유기하고 불을 지른 혐의(강도살인)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하고서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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