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길로 가면 안 걸려" 상습 음주운전 까지…"대규모·상시 단속해야"
↑ 음주운전 단속/사진=연합뉴스 |
평화로운 주말, 모처럼 짬을 내 단란하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일가족 3명이 어처구니 없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중 만취한 30대 운전자가 들이받아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지난 10일 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애꿎은 일가족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교통사고의 원인은 가해자의 음주운전이었습니다. 음주운전이 그 어떤 범죄보다도 흉악한 살인행위임을 명확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음주운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경찰이 부랴부랴 일제 단속에 나서겠다며 뒷북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면피용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것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동안 경찰이 보여준 느슨한 음주운전 단속을 익히 알고 있어서 입니다.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찰이 '도로 위의 살인행위'인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인식, 단속을 대폭 강화해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사법당국이 음주운전 대응에 아예 손을 놓은 것은 아닙니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 4월 상습 음주 운전자의 차량을 몰수하고 동승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런 대책에도 음주운전 사고는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전에도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음주운전 근절책을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습니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해 음주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만4천399건입니다. 이로 인해 583명이 숨졌고, 4만2천880명이 다쳤습니다. 하루에 약 1.6명이 음주 사고로 목숨을 잃는 셈입니다.
1년 전인 2014년에도 비슷했습니다. 총 2만4천43건의 음주 사고가 발생, 592명이 사망했습니다. 경찰은 올들어서도 5월까지 8천500여건의 음주 사고가 나 14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잠정 집계했습니다.
사고가 난 뒤 이뤄지는 처벌 강화가 음주운전 근절책이 되지 못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방이나 학습 효과가 높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이런 국민적 요구와 달리 경찰의 음주 단속 적발 건수는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2013년 26만9천836건이던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2014년 25만1천788건으로, 1만8천여건 줄었습니다. 지난해는 24만3천100건을 기록, 전년보다 또 8천600여건이 감소했습니다.
음주운전 적발이 해마다 급격히 감소하는 것은 음주운전자가 줄어들어서가 아닙니다.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은 음주 사고가 난 인천 지역은 경찰서 별로 매일 6∼8명의 인력이 1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음주단속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방범순찰대 지원 없이는 왕복 6차로 이상 큰 길에서 대대적으로 음주단속을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경찰 인력이 부족한 중·소 도시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6차로나 8차로의 큰 길을 모두 막아 퇴로를 차단한 채 벌이던 음주운전 단속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경찰서별로 5명 안팎의 단속 인력을 투입하는 게 고작인 현실에서 3차로 이상 도로를 막고 벌이는 대대적인 단속을 자주 하기는 어렵다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청주에서는 3개 경찰서의 상시 교통 단속 인력은 경찰서별로 4∼6명입니다. 왕복 6차로 이상 대로를 막고 음주 단속을 하기 위해서는 10명 이상이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력입니다.
청주의 한 경찰 관계자는 "차량이 빠르게 달리는 대로를 막는 단속은 사고가 날 위험이 있고, 교통 정체를 유발해 민원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주 실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경찰의 음주단속은 2차로~3차로인 좁은 길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주중 3일 단속을 벌이는데, 휴식 등의 이유로 주말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못합니다.
춘천경찰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단속 인력 4명이 한 조가 돼 일주일에 2∼3회 음주 단속을 합니다. 역시 차량 통행이 많은 대로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습니다.
경찰의 이런 느슨한 단속이 상습적인 음주운전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큰길이든 골목길이 가리지 않고 대대적인 단속이 불시에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아예 음주운전을 생각지도 못했던 과거와 달리 제한된 인력으로 뻔한 곳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단속 동선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에 술을 마시고도 운전대를 잡는 유혹에 빠져들게 한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큰길로만 골라 다니면 걸리지 않는다'거나 '주말에는 단속하지 않는다'며 경찰의 단속 허점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상습 음주운전자들도 있습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운전이 범죄이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려면 시각적 효과가 큰 대대적인 단속이 필요하다"면서 "아침·점심·저녁 등 예측 불가능한 시간대에 장소를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지금보다 단속 횟수를 대폭 늘려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음주 운전이 중대한 범죄라고 여
경찰 관계자는 "적은 인력을 활용한 스팟 이동식 단속을 지속하면서 의경을 최대한 동원해 대로를 막고 벌이는 일제 단속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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