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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55년 간 상습 절도행각을 벌이고 검거 때마다 이중 주민번호로 중형을 피하는 등 영화에나 나올법한 절도범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문제의 절도범은 70대 할머니로 33년 전 자신이 이중호적자라는 사실을 알고 이 처럼 ‘간 큰’ 범행행각을 일삼았다.
서울남대문경찰서는 행정착오로 두 개의 호적을 보유하면서 55년 간 상습 소매치기를 하고 검거 때 중형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번갈아 사용한 여성 A씨(72)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조사 결과 A씨는 한국전쟁 당시 부모와 이별하고 고아원에서 자라면서 10대 시절부터 소매치기 수법을 배우는 등 범죄의 늪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지난 1976년 호적을 얻은 뒤 남북 이산가족 찾기로 헤어진 부모와 만나면서 1983년 ‘B’라는 이름으로 호적을 되찾았다. 이 과정에서 행정 착오로 ‘A’라는 신분이 그대로 남게 돼 2개의 호적을 갖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A·B 두 개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번갈아가며 절도 등으로 검거될 때마다 신분을 바꿨다”며 “그 결과 A의 신분으로 집행유예 및 누범기간일 때는 B의 이름을 사용하는 등 가벼운 처벌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두 개의 이름으로 확인된 A씨의 전과는 모두 38범에 달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1992~2004년 사이 50회에 걸쳐 일본에 왕래하면서 원정 소매치기를 해오다 일본 경찰에 2차례 체포돼 추방된 이력도 함께 확인하는 등 그의 화려한 범죄 이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대체로 범행을 시인했다”면서도 “이중호적을 활용한 부분에 대해 특별히 반성하는 모습은 아니었
경찰은 지난 3월 A씨가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옷을 구입하던 중 핸드백에 있던 지갑을 도난당했다는 신고를 접수 받아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이중호적으로 살아온 정황을 잡고 수사해왔다. 경찰은 구속된 A씨를 상대로 추가 범행이 있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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