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었다. 깊은 상처를 입은 여중생이 금수같은 고등학생들을 신고하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2011년 9월 당시 중학생이던 A양은 친구 B양과 함께 동네 야산으로 끌려가 인근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남학생 22명에게 집단성폭행 당하는 지옥을 경험했다.
사건 이후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 휩싸인 A양은 피해를 당하고도 주변에 알리지 못한 채 살아가야했다. 주변의 시선이 두렵고 사람에 대한 지독한 불신이 생겨 친구는 물론 가족에게조차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정상적인 대학·직장 생활을 누리는 가해자들과 달리 A양의 마음은 상처로 문드러져갔다. 수년간 우울증과 불안 증세에 시달리며 홀로 끙끙앓던 A양은 결국 올해 초 서울의 모 심리상담센터를 찾아 5년간 묻어뒀던 비밀을 털어놨다.
상담사는 이 사실을 곧바로 A양의 부모에게 알렸고 가족과 상담사의 끈질긴 설득 끝에 A양은 용기를 냈다. 지난 3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드디어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22명 고등학생들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무려 5년이 걸린 셈이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2011년 당시 중학생이던 피해자 A양과 B양을 동네 야산으로 불러내 집단 성폭행하는 데 가담한 22명 중 주동자 C씨 등 4명을 체포해 특수강간 및 공동협박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범행을 방조하거나 미수에 그친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나머지 가해자 12명은 현재 군복무 중으로 경찰은 이들의 신병을 넘겨받아 조사를 마친 뒤 사건을 군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2011년 9월께 당시 중학생이던 A양과 B양이 동네 골목에서 맥주 마시는 것을 목격한 C씨 등 5명은 “음주 사실을 학교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피해자들의 전화번호를 받아냈다. C씨는 6일후 같은 방법으로 A양과 B양을 협박해 동네 야산으로 불러냈고 A양을 성폭행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C씨는 일주일 후에도 다시 A양과 B양을 야산으로 불러내 동네 친구 22명과 함께 술을 먹인 뒤 번갈아가며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C씨 등이 처
한편 집단성폭행 가해자 중 3명은 현재 다른 사건에 연루돼 수사당국의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